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HCN 인수에 얼마를 베팅했을까
15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마감한 현대HCN 매각 본입찰에 KT스카이라이프,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모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초 본입찰에서는 발을 빼지 않을까 예상됐던 LG유플러스까지 참전하면서 현대HCN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 인수전의 강력한 복병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철수 사장이 예비입찰 때부터 유료방송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케이블TV기업 인수가 절실하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현대HCN 인수에 ‘생존’이 걸려있다며 인수 성사에 확고한 뜻을 밝혀왔다.
또 KT스카이라이프가 보유한 자금 3500억 원에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감당할 수 있는 부채로 조달하겠다며 인수자금 조달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현대HCN의 몸값을 4천억~5천억 원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KT스카이라이프,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모두 기업실사 뒤 본입찰까지 참여하면서 현대HCN의 가격이 예상 수준보다 올라갈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HCN이 원하는 가격대는 6천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 내부적으로도 현대HCN 인수에 관해 동의를 구하며 결속을 다졌다.
KT스카이라이프는 6월 현대HCN 본입찰에 앞서 본사와 지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설명회를 열어 현대HCN을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이유와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계획 등을 공유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사내 설명회에서 ‘빚을 조금 내야 한다’는 내용 등을 공유하며 직원들의 동의를 얻었다”며 “위성방송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등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HCN 인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이를 성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위성방송의 공공성 강화 방안 관련 회의도 진행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2018년 케이블TV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다 공공성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물러난 적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과기부와 회의에서 “위성방송을 둘러싼 시장 경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생존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독자생존의 토대를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대HCN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올해 KT스카이라이프 대표에 오른 뒤 케이블TV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급변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인 KT 계열사지만 위성방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위성방송은 통신망이 없는 곳에서 유용하다는 강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지역 곳곳까지 통신망이 촘촘하게 깔려있다. 또 이동통신사들이 유료방송시장을 장악하면서 통신과 방송 결합상품으로 고객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 10% 아래로 떨어졌다. 2019년 한 해에만 가입자 5만310명이 이탈했다.
김 사장은 현대HCN을 인수해 케이블TV와 위성TV의 시너지로 중저가 유료방송시장을 겨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사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저가의 통신·방송결합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에는 현대HCN 외에도 딜라이브, CMB 등 케이블TV 매물이 많지만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과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HCN은 다른 매물들과 비교해 재무적으로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서울 강남권역 등 도심 가입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도서산간 가입자가 많고 도심 가입자가 부족한 KT스카이라이프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콘텐츠 제작부문의 역량 강화도 기대된다. KT스카이라이프는 콘텐츠 제작사 ‘스카이TV’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대HCN도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며 협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빠르면 24일 안에 현대HCN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