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국회 사랑채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퇴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희상 국회의장이 55년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행복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문 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채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생 업이자 신념이었던 정치를 떠난다니 ‘정치는 허업’이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 깊은 회한이 밀려들기도 했다”면서도 “아쉬움은 남아도 나의 정치인생의 후회 없는 삶이었고, 하루하루 쌓아올린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 입문시기를 곱씹으며 정치의 길로 이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문 의장은 “1979년 동교동 지하서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처음 만난 날 그 모습이 지금도 강렬하고 또렷하게 남아있다”며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이라는 말씀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의 당선이 정치인생에 큰 변곡점이었고 이후에는 ‘덤 치고는 후한’ 정치행보였다고 돌아봤다.
문 의장은 “1997년 12월19일 김대중 대통령님의 당선으로 수평적이고 평화적 정권교체가 현실이 돼 저의 목표가 모두 다 이뤄졌다”며 “그날 이후 저는 모든 것을 내려 놓았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이제부터 내 인생은 덤이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돌아보니 덤치고는 너무 후한 정치인생을 걸었다”며 “무려 다섯 정부에서 제게 역할이 주어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어 놀라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에 입문하며 품었던 ‘팍스코리아나’ 실현이라는 포부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대한민국에 찾아오고 있다고 봤다.
문 의장은 “저의 정치는 팍스코리아나로부터 출발했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팍스코리아나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당찬 포부였다”며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고 국민의 힘과 한국사회의 역량은 강화돼 어떠한 국난도 능히 극복해내는 강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는 서진한다’는 말을 인용해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아메리카나에서 팍스아시아나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며 “그 안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팍스코리아나의 꿈을 실현하고 우뚝 서기를 저는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행보를 놓고는 고향인 경기도 의정부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수많은 위기의 순간과 시련의 시간마다 실의에 빠져있던 저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고향 의정부 시민의 손이었다”며 “그 분들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에 6선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제가 나고 자라서 뼈를 묻을 고향 의정부로 돌아갈 시간”이라며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