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국제 유가시장에서 저유황유 가격의 급락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상선은 환경규제에 대응해 탈황설비를 달고 고유황유를 사용하는 전략을 세워왔는데 저유황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다른 선사들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18일 해운전문분석매체 '쉽앤벙커'에 따르면 싱가포르 초저유황유(VLSFO)의 톤당 가격은 303달러로 톤당 210달러인 고유황유(IFO380)과 비교해 93달러 높은 데 그치고 있다.
올해 초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격차가 360달러였던 것과 비교할 때 두 연료의 가격 차이는 상당히 줄었다.
현대상선은 당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올해 저유황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고유황유 가격은 낮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모든 선박의 배기가스에 함유된 황산화물(SOx)의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시행으로 세계 해운선사들은 어떤 연료를 사용할지를 두고 고민해야 했다.
해운선사들은 그동안 선박의 연료로 사용해왔던 고유황유를 지속해서 사용하려면 스크러버(탈황설비)를 설치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설치시간도 걸릴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들어 주저했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고유황유를 정제하는 스크러버(탈황설비) 설치를 통해 두 연료 사이의 가격 차이를 이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변수가 생긴 셈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운항하고 있는 선박들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올해 상반기에 운영선대의 약 70%~80%에 스크러버를 탑재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의 ONE을 비롯한 외국선사들은 저유황유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스크러버의 선박 한 대당 설치비용이 약 70억 원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저유황유의 가격이 지속해서 낮게 형성되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스크러버 설치에 투자한 현대상선에 불리해지게 된다. 운임설정 등 가격 경쟁력에서 열위에 놓일 수 있다.
게다가 주요 산유국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석유생산을 늘리면서 유가가 낮아진 탓에 고유황유와 저유황유 사이의 가격 차이가 좁혀진 상태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유가 하락에 따라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 격차가 줄어들었지만 스크러버의 경제성은 여전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두 연료의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한 스크러버 설치에 따른 투자비 회수기간이 달라질 뿐이지 스크러버 설치로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해운을 통한 물동량이 줄어든 점도 올해 흑자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현대상선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고 있어 글로벌 해운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화물수요 위축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컨테이너와 벌크부문의 수요 부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4월부터 본격화 되는 글로벌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와 협력에 기대를 걸며 흑자전환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하반기에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되면 유럽과 미국에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 유가와 물동량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상황 변화에 따른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