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총수익 스와프(TRS) 거래와 관련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이 총수익 스와프 거래 관련 조사의 범위를 확대하고 강도도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5월 들어 거의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총수익 스와프 거래와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기존에는 증권회사 위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자산운용업계로 조사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의 범위 역시 이례적으로 광범위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조사업무”라면서도 “구체적 조사계획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계열사 지분관리, 재무구조 개선, 순환출자 해소 등을 이유로 금융회사와 사이에 총수익 스와프 거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의 대대적 조사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자금 대출로 문제가 된 SK를 비롯해 롯데, 현대자동차, 두산, 금호, 한진, 효성, LS 등 11곳이 총수익 스와프 거래를 활용했다.
총수익 스와프 거래는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금흐름을 보장계약을 맺은 곳에 이전하는 계약을 활용하는 거래다.
총수 일가나 대기업은 계열사 지분을 획득하는 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고 금융사는 투자위험은 낮지만 채권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총수익 스와프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다만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에 불과한 기업이나 총수 일가가 위험 회피 외 목적으로 총수익 스와프 거래를 이용한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게다가 지분 소유에 총수익 스와프 거래를 활용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거나 탈세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
실례로 롯데그룹은 롯데렌탈(구 KT렌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수목적법인과 총수익 스와프 계약을 활용하면서 인천 계양구 등과 조세 소송을 벌이고 있고 효성그룹은 총수익 스와프 거래를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자금 대출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 금감원의 총수익 스와프 거래 관련 조사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자본시장법에 위반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불법적으로 개인대출 해 줬다고 보고 금감원의 경징계 제재안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투자증권 제재안을 놓고는 법리적 논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일단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활용하면서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금을 투자한 데다 투자된 자금도 직접 문제된 SK실트론 주식을 사는 데 쓰이지 않고 주식 취득자금과 관련된 대출을 상환하는 데 쓰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29일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면 행정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징계 제재안을 놓고 “제제 수위를 낮춘 것은 총수익 스와프 거래를 놓고 제재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안의 위법성이 인정됐다는 사실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