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개별 주택 공시가격의 오류를 대거 발견하면서 부동산 공시가격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시가격 산정제도를 전반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공시가격 오류로 불신 높아져, 제도개편 논의 다시 불붙어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전경. <연합뉴스>


부동산 공시가격은 정부가 기준이 되는 토지와 단독주택, 공동주택의 적정가를 매해 일괄 조사해 알리는 제도를 말한다. 보유세 등의 과세기준으로 쓰이는 만큼 신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국토부는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오류 456건을 찾아내 사상 첫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시가격을 둘러싼 과세 형평성과 신뢰도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국토부가 서울 자치구 8곳만 조사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오류는 훨씬 많을 수 있다. 이 자치구들은 2019년 개별 공시가격이 표준주택의 평균 공시가격보다 3%포인트 이상 낮은 곳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찾아낸 오류를 반면교사 삼아 공시가격 산정을 체계적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시민들의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더욱 신중하고 정확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의 산정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부는 먼저 선정한 표준지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기준 삼아 나머지 개별 토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결정한다. 공동주택은 표준 없이 공시가격을 확정한다.

여기서 표준주택과 공동주택은 한국감정원, 표준지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감정평가사들, 개별토지와 개별주택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공시가격을 각각 산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비교기준인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해 생긴 오류가 전체의 90% 정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정 주택 인근에 공시가격 15억 원대인 비슷한 표준주택이 있는데도 훨씬 먼 곳에 있는 공시가격 12억 원대의 다른 표준주택을 비교 기준으로 삼은 사례 등이 다수 발견됐다.

이 때문에 지자체가 세금 인상에 따른 주민 반발을 고려해 개별주택 공시가격의 인상률을 조정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시가격의 객관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려면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으로 (산정 주체가) 일원화돼야 한다”며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부동산 공시가격 조사를 주도하면 지역별 가격 불균형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감정원도 이번 공시가격 오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자체에서 산정한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최종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오류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을 대상으로 오류사건과 관련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전문성 시비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산정 주체가 일원화되면 오류 가능성을 관리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한국감정원이 단독으로 주체를 맡으면 지자체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고 관리기관으로서 체계를 다잡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절차를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군·구별 변동률과 조사 근거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깜깜이 절차’가 공시가격 오류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토부는 공시가격의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개별 지자체가 공시가격을 조작할 수 없도록 제도를 촘촘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