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김기남, 주주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전략’ 자신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2019년 3월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이 D램 미세공정과 3D낸드 등 반도체 원가를 절감하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 반도체사업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강화는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와 중국 반도체기업의 공세를 극복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실적을 낼 수 있는 효과적 대응책으로 꼽힌다.

김기남 부회장은 20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사업에서 철저한 준비와 도전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며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메모리반도체에서 사상 최대치인 매출 72조 원을 올리는 등 큰 성과를 냈다고 밝히면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사업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을 놓고 불안한 시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김 부회장을 향해 직접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 전략이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과거 반도체사업 핵심전략으로 앞세웠던 초격차는 경쟁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의 기술 격차와 생산 능력을 확보해 절대적 우위를 지킨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초격차 전략의 성과로 반도체 고객사 확보와 원가 절감능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경쟁사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경쟁력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D램 미세공정과 3D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핵심기술에서 격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중국 반도체기업의 시장 진출도 삼성전자에 중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주의 우려도 나왔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사업 특성상 기술 격차의 장벽이 높아 중국의 추격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는 자만하지 않고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위기에 김 부회장이 꺼내든 전략은 초격차 전략에 다시 힘을 싣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10나노 3세대 미세공정 D램과 6세대 3D낸드 개발을 올해 반도체사업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10나노 2세대 D램 공정을 경쟁사보다 1년 이상 앞선 2017년부터 양산했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같은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삼성전자를 따라잡았다.

5세대 3D낸드 공정도 지난해 말부터 도시바메모리와 SK하이닉스 등이 삼성전자에 이어 상용화에 성공했다.

김 부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공정인 10나노 3세대 D램과 6세대 3D낸드를 직접 언급한 것은 반도체 경쟁사들과 다시 기술 격차를 벌려 삼성전자의 우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서 개발과 제조 역량을 강화해 초격차를 확대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중심으로 내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늘Who] 김기남, 주주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전략’ 자신

▲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먼저 메모리반도체 새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도 원가 절감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2018년도 정기인사와 주주총회에서 권오현 회장의 후임으로 DS부문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이끌게 됐다.

김 부회장이 이전부터 ‘제2의 권오현’으로 불려온 만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오랜 성장을 이끌었던 권 회장의 초격차 전략을 지켜내는 일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D램 미세공정과 최신 3D낸드 공정 반도체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한 공정전환 등의 시설투자에 앞으로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부회장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모두 강화해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