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스마트폰시장 공략에 핵심으로 앞세웠던 '아이폰XR'이 예상과 달리 애플의 실적 부진을 이끈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상향 평준화에 애플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XR은 왜 '최악의 아이폰'으로 추락했나

▲ 팀 쿡 애플 CEO.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9일 "애플이 1분기 아이폰XR과 아이폰XS 생산 계획을 이전보다 10% 더 낮춰 잡았다"며 "지난해 4분기의 판매 부진에 반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S 시리즈와 아이폰XR의 판매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가격이 미국 기준 749달러부터로 비교적 낮은 아이폰XR의 판매 부진은 예상 밖의 일로 꼽힌다.

이전작인 아이폰X과 비교해 가격을 대폭 낮춰 출시했지만 디자인과 높은 체감 성능을 유지한 아이폰XR에 초반부터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아이폰XR 출시는 애플의 영리한 전략"이라며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아이폰XR은 역대 아이폰 가운데 가격 대비 성능이 최고로 뛰어난 제품"이라며 "가격 부담이 없고 배터리 수명과 디자인도 앞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아이폰XR은 애플의 실패를 이끌고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태도를 바꿨다.

애플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스마트폰시장을 노려 아이폰XR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에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을 얻으며 외면받아 막대한 양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XR의 중국 판매가는 약 107만 원으로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현지업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비교해 가격이 2배 정도에 이른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최근 지난해 4분기 매출 추정치를 낮췄는데 세계에서 아이폰 XR의 보상판매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수익성도 예상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애플의 고가 스마트폰를 구매하던 소비자 수요가 가격이 낮은 아이폰XR로 일부 이동하며 애플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브랜드 경쟁력을 지나치게 자신한 나머지 스마트폰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아이폰XR이 실패작으로 남았다는 평가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XR은 훌륭하지만 특별히 내세울 장점은 없는 스마트폰"이라며 "사양이 더 뛰어나거나 가격이 더 저렴한 스마트폰의 선택지가 많다"고 보도했다.

아이폰XR은 저해상도 LCD패널과 싱글카메라, 저용량 메모리 등을 탑재하고 있지만 애플의 최고 장점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체감 성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시장에서 이미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듀얼카메라, 대용량 메모리반도체 탑재가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아이폰XR은 하드웨어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애플은 아이폰XR이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시장 상황이 이미 바뀌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애플 아이폰XR은 왜 '최악의 아이폰'으로 추락했나

▲ 애플 '아이폰XR'.


팀 쿡 애플 CEO는 8일 CNBC와 인터뷰에서 "아이폰XR을 더 많이 판매하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아이폰XR의 판매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아이폰XR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서 아이폰XR의 보상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애플의 적극적 마케팅으로 아이폰XR 판매량이 반등할 수 있지만 마케팅비용이 늘어 실적에 입히는 타격은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

애플이 아이폰XR의 실패에 대응해 차기 아이폰 출시 전략을 짜는 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옛 아이폰을 점점 더 오래 쓰고 있는 사용자들이 새 아이폰을 살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이 애플에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