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통합을 추진할까?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박 대표가 중간지주사체제에서 무선과 유선의 통신사업을 한 데 모으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오늘Who] 박정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병 결심했나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겸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7일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겸직이라는 예상치 못한 인사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6일 SK그룹 인사에서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박 대표가 그 자리를 겸직했다.

이 대표의 임기가 끝난 상황도 아닌데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기에 박 대표가 굳이 SK브로드밴드의 대표까지 맡는 것은 이례적 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SK텔레콤이 표면적으로 설명한 것처럼 사업 시너지를 위한 것이라면 실무자를 보내거나 매트릭스 조직 등을 꾸려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SK그룹 안에서 높은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박 대표의 겸직이 좀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두 회사의 통합설이 떠오르고 있다. 

조직개편과 보직인사에서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SK텔레콤은 투자회사(지주사) 아래 이동통신(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의 사업회사 등을 두는 식의 지주사체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SK텔레콤의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구상의 밑그림을 드러냈다.  

SK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 미디어·홈, 사물인터넷·데이터(IoT·Data) 등 3개 사업부를 이동통신,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4대 사업부로 재편하고 업무 연관성이 있는 자회사 대표를 부장으로 임명했다. 중간지주사체제로 전환했을 때 각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인사들이다. 

하지만 미디어사업부에는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윤원영 SK텔레콤 통합유통혁신단장을 임원으로 앉혔다. 윤 부장은 SK텔레콤 미디어 사업부의 부장을 맡으면서 SK브로드밴드 운영총괄을 함께 맡게 된다. 

이를 놓고 박 대표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지면 사업회사 SK텔레콤의 외형이 초라해질 수 있는데 SK브로드밴드와 통합한다면 사업회사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공고히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은 본업인 무선통신 외에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자회사를 품고 있는데 중간지주회사 전환으로 이 자회사가 지주회사 아래에 배치된다면 사업회사 SK텔레콤의 외형은 크게 쪼그라들게 된다.

기업가치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 내부 사업가치들을 들여다보면 11월 초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11조 원, 11번가는 2조7500억 원(6월 유상증자 기준), SK브로드밴드 1조8천억 원(장부가 기준), ADT캡스 1조2800억 원(인수가격 기준) 등으로 추산된다. 이들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SK텔레콤의 무선통신사업 가치는 약 5조 원에 불과하다.

이는 KT와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시가총액은 10월 말 기준 약 7조5천억 원, 7조3천억 원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와 통합이 이뤄지면 무선통신사업의 성장성 정체라는 고민도 단박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무선사업은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선택약정 가입자 증가와 요금 할인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 둔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무선사업만으로 홀로 섰을 때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내 및 글로벌 통신사들은 성장이 정체된 무선사업에서 IPTV사업 등 유선사업으로 실적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유선사업의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CJ헬로나 딜라이브 등 인수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같은 조직이 돼 유선과 무선사업이 합쳐진다면 전체 통신사업의 시너지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완전자회사라 해도 회사가 다르면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다.  

특히 요즘 이통통신과 인터넷, IPTV 등을 엮은 결합상품이 통신사들의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 회사의 통합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KT와 LG유플러스는 결합요금제 프로모션 비용의 귀속 문제 등을 번거롭지 않게 처리하고 있다”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두 회사가 통합한다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한 결합상품을 이용할 때 문의처가 서로 달라 혼선을 빚었던 데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사업과 무선사업의 통합은 SK텔레콤이 오래 전부터 계획한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2015년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했을 당시 이는 ‘합병을 위한 수순’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SK텔레콤이 합병을 두고 완전자회사로 편입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은 당시 시장 독과점에 불을 켜고 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을 쉽사리 승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LG유플러스와 KT는 둘 다 오래 전 합병을 통해 유선과 무선사업을 한 데 모았다.

KT는 2009년 KTF와 합병했고 LG유플러스는 2010년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이 합병해 지금 모습을 갖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