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반도체기업이 일제히 낸드플래시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QLC(쿼드레벨셀) 공정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율 확보와 양산에 크게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당분간 경쟁사와 큰 기술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4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QLC 기반 낸드플래시의 수율 확보가 주요 메모리반도체기업에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QLC는 1개의 반도체소자(셀)에 4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공정 기술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TLC(트리플레벨셀)보다 이론적으로 33%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같은 용량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효율도 자연히 QLC 기반 낸드플래시가 TLC를 크게 앞선다.
세계 반도체기업들은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최근 QLC 기반 낸드플래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왔다.
낸드플래시 2위 기업인 도시바메모리와 3위 웨스턴디지털은 7월부터 고객사에 QLC 기반 낸드플래시의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내년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마이크론과 인텔도 QLC 낸드플래시 기술을 공동개발하며 1테라바이트(TB)급 SSD 가격을 현재보다 20% 이상 싼 200달러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기업들이 확보한 QLC 낸드플래시의 생산수율을 고려할 때 이른 시일에 양산 목표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트윅타운은 관계자를 인용해 “마이크론과 인텔의 QLC 낸드플래시 수율이 48%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TLC 낸드플래시 수율이 90% 안팎인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도 낸드플래시기업들이 평균 수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양산 안정화에 걸리는 시간이 1년 가까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8월부터 업계 최초로 QLC공정 기반의 소비자용 SSD 양산을 시작했다. 이미 상용화에 성공한 점에 비춰볼 때 경쟁사보다 빨리 수율 안정화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3D낸드 공정 개발에 앞서나가며 증명했던 낸드플래시 기술 우위가 QLC분야에서도 계속 이어지며 선두를 계속 지켜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QLC 공정 상용화를 서둘러 삼성전자와 격차를 좁히려 했던 반도체기업들의 노력이 이른 시일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의 QLC공정 기반 소비자용 SSD.
삼성전자는 우선 소비자용 SSD 일부 제품에 QLC 공정을 적용한 뒤 서버용 SSD와 모바일 메모리까지 순차적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QLC를 주력 공정으로 전환하기보다 수율과 안정성 등 완성도가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TLC를 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QLC 공정은 TLC와 비교해 장단점이 있어 반드시 앞선 공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TLC와 QLC 공정을 병행해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QLC 낸드플래시의 수율 확보를 앞당기고 서버용 SSD와 모바일 메모리까지 QLC 적용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낸다면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격차를 좁힐 가능성도 열려있다.
트윅타운은 “QLC는 이론적으로 훌륭한 기술이지만 아직 시장에 안착하기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크론 등 기업이 점차 수율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96단 3D낸드 등 다른 공정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해 여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