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의 경쟁구도가 조만간 음원시장에서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음원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분야로 꼽히는 만큼 SK텔레콤과 KT의 음원업체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음원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음원업체를 인수할 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음원 플랫폼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맬론’을 매각한지 5년 만에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음원사업에 다시 진출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음원사업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연계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음원 서비스가 인공지능 스피커의 핵심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자체 음악 플랫폼을 확보할 필요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새 음원 플랫폼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국내 음원업계 1위인 멜론과 지니뮤직, 벅스 등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의 음원 플랫폼이 얼마나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특별한 혜택이 없는 한 다른 플랫폼으로 잘 옮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다른 음원업체를 인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3월 NHN벅스로부터 고품질 음원 서비스업체 ‘그루버스’를 인수하고 11일 모바일 방송국 ‘메이크어스’에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 등 이미 새 음악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4월에는 음원 서비스업계 3위(가입자 85만 명)인 NHN벅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SK텔레콤은 5월 보안회사 ADT캡스 인수를 확정하면서 현재 음원업체 인수에 눈을 돌릴 여유도 생겼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의 음원시장 진출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기존 음원업체를 인수하지 않고 새 음악 플랫폼으로만 기입자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자회사 지니뮤직을 통해 음원사업을 하고 있는 KT도 음원업체 인수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는 현재 음원 서비스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디지털뮤직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25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해 음원 서비스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CJ디지털뮤직까지 인수하면 가입자가 310만 명으로 늘어난다.
SK텔레콤과 KT가 이렇게 음원업체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음원사업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음원사업은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고 그 수준을 넘기면 수익성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멜론을 제외한 지니뮤직, NHN벅스, 엠넷닷컴 등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업계 2위인 지니뮤직은 2017년 매출 1556억 원을 거둬 2016년보다 매출이 39.9%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오히려 51%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의 음원사업 확대 의지가 강한데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이 다른 음원업체를 인수하는 것”이라며 “SK텔레콤과 KT를 중심으로 국내 음원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