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총수 기준을 바꾸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지만 여전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선대 오너들도 여럿 총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정위는 총수 지정 기준에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면서 추가적 논란을 피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과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
2일 공정위에 따르면 2018년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명예회장 5명, 전 회장 3명, 고문 1명이 동일인으로 포함됐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도 동일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인희 한솔 고문은 동일인 가운데 유일한 고문이었다.
이들은 경영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거나 이미 경영에서 손을 놓고 퇴임한 인물이 대부분이다. 이미 지분 승계와 경영권 승계까지 모두 끝낸 이들도 적지 않다.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미 박용만 회장을 거쳐 오너 4세인 박정원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이 넘어갔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대림산업 역시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부회장의 지분과 경영권 승계가 끝났고 효성그룹도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그룹 회장 자리에 올라있다.
공정위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삼성그룹 동일인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롯데그룹 동일인을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했다.
이미 경영 승계가 끝났기 때문에 이전부터 총수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이들과 함께 승계를 마무리한 그룹의 동일인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공정위는 동일인 변경폭을 최소화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미 4년째 병석에 누워 있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대법원에서 한정후견 판정을 받아 명백하게 경영에 참여할 수 없다.
공정위는 이와 달리 다른 기업에서 여전히 동일인이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 동일인 지정이 쉽게 변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공정위가 경영 참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인 판단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면 새로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네이버의 이해진 전 의장이나 올해 처음 대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처럼 최대주주면서도 경영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장은 지난해 네이버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네이버를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명예회장과 전 회장 다수가 대기업 총수로 지정된 가운데 사장으로 유일하게 동일인에 이름을 올린 이우현 OCI 사장도 있다.
2017년까지 OCI그룹 동일인이었던 이수영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 사장은 총수로 새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분과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장은 부친의 지분을 상속해 4월12일 OCI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4월25일 최대주주 지위를 이수영 회장의 동생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에게 넘겼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