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7-12-29 15: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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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이 새해부터 이현승 조재민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된다.
대체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가 목적이지만 KB금융지주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추진하는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관료출신인 이현승 대표를 영입했다는 말도 나돈다.
▲ (왼쪽부터) 조재민 이현승 KB자산운용 각자대표 내정자.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1988년 국민투자자문으로 출범한 뒤 30년 만에 각자대표체제를 처음으로 도입하게 됐다.
조재민 대표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부문을 맡는다. 이현승 전 현대자산운용 대표가 부동산 등 대체자산 부문을 전담하는 대표로 내정됐다.
KB금융은 KB자산운용에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한 이유로 “대체자산 투자가 증가하는 등 고객의 필요가 바뀌고 있는 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도 최근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서 부동산과 인프라 등의 매물을 찾아 ‘중위험 중수익’에 걸맞은 대체투자상품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코람코자산운용 대표를 지냈다. 올해 초부터 대표를 맡아왔던 현대자산운용도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에 강점을 보유한 회사로 꼽혔다.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시장은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운용사들의 기존 투자대상보다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와 사모를 합친 부동산펀드 운용자산은 11월 기준으로 87조3355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조4359억 원에서 24%가량 증가했다.
주식과 채권 등을 합친 증권펀드 운용자산이 같은 기간 242조3105억 원에서 261조6554억 원으로 7.9% 늘어난 것보다 규모는 작아도 성장속도가 빠르다.
주식펀드 수익은 증시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한데 부동산과 인프라 등의 대체자산은 시장 상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KB자산운용이 1~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정도 줄어든 순이익 387억 원을 낸 점도 증시호황에 따른 주식형 펀드의 환매로 수수료수익이 감소한 덕분이었다.
KB금융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은 이전부터 성장성 높은 대체투자 확대기조를 이어가고 있었다”며 “KB증권에서 올해 각자대표체제로 시너지를 낸 전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 전반을 살펴보면 KB자산운용의 각자대표 도입은 여전히 이례적이다. 다른 금융회사들은 대체투자를 전담하는 특화 자산운용사를 따로 만든 경우가 더 많다.
예컨대 신한금융지주는 신한대체투자운용, 하나금융지주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로 설립해 기존의 자산운용 자회사와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KB자산운용도 올해 초에 인프라운용본부, 부동산운용본부, 기업투자본부 조직의 일부를 분리해 대체투자 전문 신설회사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가 보류했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이 내정자를 KB자산운용 각자대표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을 어느 정도 염두에 뒀다는 관측도 나온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의 연임 이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사의 '회장 셀프연임' 문제를 비판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금감원이 최근 KB금융의 회장 승계프로그램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영유의를 조치하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행정고시 32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과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서기관급인 장관실 비서관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관료 출신으로 민간 금융권에서 성공한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며 “KB금융이 수익성 강화와 금융당국 상대의 대관능력을 모두 감안해 KB자산운용에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하고 이 내정자를 영입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