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 부사장이 프리미엄TV ‘왕좌의 게임’에서 승기를 잡았다.
프리미엄TV시장에서 독주하던 삼성전자를 제쳤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1위에 오르기보다 1위를 지키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더욱이 상대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사업부문장을 맡은 김현석 사장이다. 권 부사장도 승부사로 이름 높지만 김 사장도 공격경영에서는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매섭다.
14일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LG전자 TV사업을 전담하는 HE사업본부가 올해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도 영업이익 1조2374억 원을 냈는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이미 지난해의 96%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영업이익 1조6천억 원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권봉석 부사장이 HE사업본부장에 오른 첫해인 2015년만 해도 HE사업본부는 3분기까지 적자를 냈는데 마치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올레드TV의 매출비중이 커진 덕분이다.
올레드TV가 LG전자 TV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 기준으로 30%를 넘어섰다. 올레드 TV 판매는 2015년 31만 대였는데 지난해 67만 대로 뛰었다. 올해는 100만 대, 내년이면 2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권 부사장이 올레드TV 가격을 내려 보급을 확대한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가격을 낮추니 올레드TV 판매가 늘어나고, 덕분에 수익성이 높아져 다시 가격인하 여력이 생기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프리미엄TV의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TV 마진은 올레드TV 비중 확대와 패널 가격하락 효과에 힙입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올레드TV 출하량이 더 확대되는 내년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권 부사장은 그동안 올레드TV시장 확대를 위해 다른 제조사들들도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2500달러 이상 TV시장에서 소니와 LG전자가 각각 38%와 33%로 1,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7%를 보여 3위에 그쳤다. 소니가 올레드TV를 내놓는 등 글로벌 TV시장에서 올레드TV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삼성전자가 TV시장에서 11년째 1등을 지켜온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새 TV 공개하며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월에는 공식 블로그인 뉴스룸을 통해 올레드 디스플레이의 단점으로 꼽히는 번인현상을 소개하며 LG전자 올레드TV을 겨냥한 공세를 이미 예고했다.
삼성전자에서 그동안 TV사업을 맡아온 김현석 사장이 소비자가전(CE)사업부문장에 오르면서 자존심 회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20년 가까이 TV 개발에 매진하면서 삼성전자 TV를 1위에 올린 주역이다. 그동안 TV사업을 두고 권 부사장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삼성전자 QLEDTV는 사실상 퀀텀닷 필름을 덧붙인 LCDTV라는 비판을 듣는데 김 사장이 ‘진짜 퀀텀닷’인 자발광 QLEDTV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발광 QLEDTV는 화질과 가격면에서 올레드TV보다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권 부사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QLEDTV를 놓고 여러 논란을 들며 LG전자 올레드TV의 우위를 강조해 효과를 봐왔다. 권 부사장도 올레드TV의 전열을 새로 정비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권 부사장이 프리미엄TV시장에서 올레드TV의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이제는 올레드 전용 차세대패널 등 경쟁자와 차별화된 제품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미엄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판매하는지가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