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태양광사업에서 대규모 투자의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수출길이 막힐 위기에 놓였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수입제한 등 조치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태양광사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이 분야에서 수직계열화 시너지를 노리는 LG화학과 LGCNS 등 계열사의 새 성장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 이상봉 LG전자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 사장. |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5일 “미국에서 세이프가드 조치로 태양광에너지의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태양광 관련한 기업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10월3일 청문회에서 수입산 태양광모듈의 수입제한 또는 관세인상방안을 결정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제출한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업체들이 태양광모듈 등을 저가로 수출해 미국기업에 타격을 입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최근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여파가 태양광사업까지 퍼지는 셈이다.
최근 들어 북미 태양광시장 진출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LG전자도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2010년 처음 태양광모듈과 태양전지 생산에 뛰어든 뒤 꾸준한 연구개발과 생산투자로 역량을 키우며 국제전시회에서 3년 연속으로 본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LG전자는 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구미 신규 태양광모듈 생산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인 3기가와트까지 키우는 목표도 내놓았다.
LG전자는 주로 미국 주택시장에서 태양광에너지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성장잠재력과 규모에서 모두 중국을 제외하면 태양광 최대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태양광모듈 기존 고객사도 대부분 북미지역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미에서 태양광업체 2곳과 공급협력을 맺는 등 실제 성과도 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LG전자는 내년부터 대규모 생산증설효과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확대에 나서기도 전부터 거대한 수출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성향을 고려하면 태양광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태양광산업의 위축을 감수하면서까지 높은 관세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전자는 태양광사업 확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기업으로 꼽혀왔다. LGCNS와 LG화학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솔루션 형태로 공급하는 수직화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LG화학은 LG전자의 태양광모듈이 받아들인 에너지를 저장했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배터리를, LGCNS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공급한다.
LG전자의 태양광모듈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자연히 LG화학의 중대형배터리 공급확대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LG화학 역시 미국을 중대형배터리 최대시장으로 두고 있는 만큼 영향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LG전자의 태양광사업이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실적에 단기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진출확대가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응해 미국 이외 국가로 수출 다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미국의 태양광산업 침체가 전 세계적인 태양광모듈 등 관련부품의 공급과잉을 이끌어 글로벌 업황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점은 부담이다.
LG전자는 국내에서 사업확대의 기회를 잡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친환경에너지 비중확대를 중점과제로 내걸고 태양광발전 보급확대에 힘쓰는 만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LG전자와 LG화학, LGCNS는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율을 2030년까지 100%로 끌어들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앞선 사업경험을 통해 수주에 장점을 확보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보호무역조치가 통과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미국에서도 태양광사업 위축을 우려해 여론이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