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와 인공지능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HBM’ 규격의 D램 수요가 엔비디아와 AMD 등 급성장하는 그래픽반도체기업과 서버업체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D램에서 선두기업으로 자리잡아 성장의 수혜를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술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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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14일 반도체 전문매체 에이낸드테크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래픽반도체(GPU) 전문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의 성장에 가장 핵심이 되는 협력사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픽반도체의 성능이 갈수록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원활한 반도체 구동을 위해 필요한 HBM 규격의 D램 탑재가 필수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AMD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장세가 가파른 반도체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에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주로 사용되던 그래픽반도체의 적용분야가 인공지능서버와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으로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엔비디아는 최근 1년 동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분야에 가장 두각을 보인 업체로 꼽힌다”며 “성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어 지속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AMD도 그래픽반도체를 포함해 서버와 PC용 프로세서 등 다른 사업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장속도를 보이며 인텔 등 선두기업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에이낸드테크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AMD는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성능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자체 설계기술뿐 아니라 차세대 D램 기술력과 시너지를 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규격인 HBM D램은 기존에 사용되던 D램 칩을 수직으로 연결해 구동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제품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대량의 연산을 처리하는 사업분야에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HBM D램을 최초로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뒤늦게 관련사업에 뛰어들어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며 본격적인 수요확대를 앞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낸드테크는 현재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연구개발을 강화한 성과로 단기간에 기술력에서 SK하이닉스를 뛰어넘어 앞서나가는 중이라고 파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HBM D램의 성장가능성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산업 발달로 가파른 수요급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 업체가 세계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고프리미엄급 반도체인 HBM의 수요가 인공지능 등 사업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공정개선과 기술발전에 주력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최근 내놓은 HBM D램의 공급가격이 이전보다 2.5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등 고객사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여려 협력사에 공급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래픽반도체뿐 아니라 다수의 서버업체들도 기술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전보다 큰 용량의 메모리를 채택하며 HBM D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자체 그래픽반도체와 서버용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D램 개발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부담이 낮아지는 동시에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예상된다.
에이낸드테크는 “엔비디아와 AMD는 HBM D램의 높은 가격에도 고성능 제품 출시를 확대하며 수요를 늘리고 있다”며 “메모리업체들이 가격을 더 높여 공급할 이유도 충분한 셈”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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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개발해 공급하는 HBM D램. |
기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주요고객사는 PC와 스마트폰 등 원가에 민감한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업황변화에 따라 공급이 줄어드는 등 타격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HBM D램을 적용하는 제품의 경우 서버와 자동차기업 등 가격보다 성능과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고객사들에 주로 공급되는 만큼 엔비디아와 AMD 등 기업들이 가격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낮다.
HBM D램은 기존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하나의 패키지 안에 시스템반도체와 통합한 형태로 적용한다. 엔비디아와 AMD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공급과 시너지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엔비디아와 같이 HBM D램을 통합칩 형태로 내놓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위탁생산과 메모리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기업들이 갈수록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파악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한 뒤 본격적으로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와 시너지를 노리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