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중국에서 일본 완성차회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SUV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가 4일 ‘한국차 부진으로 중국을 탓하지 말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 완성차회사가 한중관계 악화 탓에 중국에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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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신 베이징현대 총경리(왼쪽)과 소남영 둥펑웨다기아 총경리. |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사드문제로 반한감정이 커진 탓에 상반기 중국판매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47%나 줄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드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에부터 중국부진을 겪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봤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이 넓은 실내공간과 안전성을 갖춘 SUV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전부터 지속됐는데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중국 SUV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SUV 시장에서 2009년 점유율 18%에서 올해 5월 6%까지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SUV시장에서 사실상 중국 완성차회사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지리자동차를 필두로 중국 완성차회사들은 SUV제품군을 빠르게 강화했고 값싸고 질좋은 SUV를 출시하면서 시장수요를 쓸어갔다.
중국 완성차회사들의 SUV시장 점유율은 2009년 23%에서 올해 5월 52%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에 미국 완성차회사의 SUV 점유율 늘어난 반면 한국과 일본 완성차회사의 SUV 점유율은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완성차회사들은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회사의 위기에서 배워야 한다”며 “중국과 일본이 2012년에 영토분쟁을 벌였을 때 일본 완성차회사들은 중국에서 판매부진에 빠진 이후에 완전히 판매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일본 완성차회사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브랜도 충성도가 낮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했고 영토분쟁 여파가 줄어드는 동안 변화된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선보이는 데도 실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SUV, 전기차, 고급차부문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봤다. 무엇보다 현지에서 SUV 생산과 판촉활동을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현재 중국 전체 자동차판매 가운데 25% 정도가 SUV 판매이기 때문 SUV 판매비중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어 SUV 경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SUV 차종은 2010년의 4배 수준으로 늘었다.
블룸버그는 “중국 SUV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완성차회사도 중국 고객들을 되돌리기 위해 가격경쟁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 완성차회사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외교적 문제에 신경을 쓰기보다 사업부문에서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