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석유화학부문에서 호조를 보이면서 이해욱 부회장이 석유화학부문의 몸집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부문에서 양호한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림산업은 석유화학부문에서 고밀도폴리에틸렌과 폴리부텐 등을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다. 석유화학업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조를 보이면서 이 두 제품의 수익성도 좋았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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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대림산업이 석유화학부문 계열사로 두고 있는 여천나프타분해시설과 미래폴리도 1분기에 좋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은 여천나프타분해시설과 미래폴리의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이 낸 이윤은 대림산업의 연결기준 순이익에 반영된다.
대림산업에서 석유화학부문은 건설부문보다 매출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다. 하지만 석유화학부문은 2015년부터 대림산업 실적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석유화학부문은 지난해 대림산업 전체매출의 10.6%를 차지했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45%를 내면서 알짜사업부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영업이익률을 놓고 봐도 대림산업 건설부문은 2015년과 지난해 각각 3.8%, 2.0% 정도를 내는 데 그쳤지만 석유화학부문은 2015년 13.9%, 지난해 18.4%를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국내 최대의 에탄분해시설을 갖춘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초대형 국제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미국에서 가장 큰 에탄분해시설인 가이스마올레핀공장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매각가가 2조 원대에 이르렀다.
가이스마올레핀공장은 결국 캐나다 석유화학회사의 손에 들어갔지만 이 부회장이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평소 대림산업의 경영을 안정지향적으로 펼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이 부회장이 석유화학부문을 키우면 앞으로 주택경기 둔화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업계는 일반적으로 7년에서 10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번갈아 맞는다. 현재 석유화학업황이 2015년 정도부터 개선된 만큼 당분간 업황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대림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던 국내 주택경기는 앞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일부지역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주택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주택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인다”며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아 주택경기에 따라 실적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대림산업의 사업을 다각화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석유화학부문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 인수합병을 또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합병은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으로 사업규모를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인수합병 등에 쓸 실탄도 넉넉한 편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1조3182억 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석유화학업황 변화를 대비해 원료다각화 등을 위한 증설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폴리부텐 시설을 증설했는데 올해도 이런 증설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을 비롯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기존 시설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원료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증설하는 작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저유가시대가 끝나거나 석유화학업황 호조세가 둔화하더라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도록 체질개선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토탈은 앞으로 5400억여 원을 들여 원료다각화를 위한 증설작업을 추진하고 있고 롯데케미칼은 2018년까지 해외에서 대규모 증설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