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지 12일로 사흘째를 맞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르면 12일 청와대에서 나와 삼성동 사저로 향할 것으로 보이는데 승복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불투명하다.
|
|
|
▲ 박근혜 전 대통령. |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본적인 삼성동 준비상황이 오늘 오후경 정리될 것 같다”며 “사저가 준비되는 대로 12일 오후에 옮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 4년 동안 비어있었던 삼성동 사저는 파면 선고 당일(10일)부터 난방공사와 인터넷 설치 작업 등이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경호를 위해 사저 내부에 관련 인력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헌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참모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인 뒤 현재까지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헌재가 8대0 전원일치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판결에 깨끗이 승복하고 하루빨리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전 대통령이 하루빨리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의사표명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퇴거가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보다 박 전 대통령이 퇴거할 때 국가기록물을 파기하거나 반출해서 가져가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11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국가재산이고 보안상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며 “대통령도 아닌 민간인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것은 국가안보상이나 상식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청와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와 국가의 모든 기밀문서가 있는 곳”이라며 박 전 대통령 측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전 대통령이 아무런 메시지 없이 청와대를 떠날 가능성도 나온다. 승복 선언을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다소 늦은 데다 친박 지지자들의 탄핵불복 움직임이 잦아드는 상황에서 대국민 메시지가 오히려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헌재의 판결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록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지만 지지자들을 향해 ‘깨끗이 승복하라’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전직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마지막 책무라는 것이다.
2004년 헌재가 세종시 수도이전을 놓고 위헌결정을 내렸을 때 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며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잘못을 확인했을 때는 고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