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눈앞에 뒀다.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기존 강점이던 리테일(개인 대상 소매영업)뿐 아니라 기업금융(IB) 경쟁력 강화를 노린다.
 
[오늘 Who] 삼성증권 '9년 숙원' 발행어음 가시권, 박종문 'WM명가' 넘어 'IB강자' 넘본다

▲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IB강자를 향해 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변이 없는 한 15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국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8일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및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심의·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내줬는데 당시도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이후 정례회의에서 인가가 확정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다면 자산관리(WM) 역량에 발행어음이라는 수신기반을 더해 IB부문 경쟁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금리가 보장된 상품이라 주식보다 안정성 높고 은행보다 수익률 높다. 삼성증권은 초고액 자산가 고객이 많아 발행어음 상품 수요가 특히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는다면 9년 만의 숙원을 푸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 처음 도전한 것은 2017년이다. 다만 당시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사태 재판으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며 인가가 좌절됐다.

박종문 사장으로선 9년 만의 숙원을 이룬 만큼, 강점을 지닌 WM과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WM 기반이 가장 탄탄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증권의 리테일 고객자산은 431조9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보다 42.8% 늘어난 것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삼성증권의 1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HNWI) 고객 수는 39만 명으로, 역시 증권업계 1위에 해당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증권의 리테일 기반 확대가 돋보였다”며 “발행어음 인가 획득 시 리테일 강점을 바탕으로 한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IB 분야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리스크 관리 기조와 맞물려 해외 대체투자나 고위험 자산 투자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경쟁사와 달리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혔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던 발행어음 인가가 확정될 경우, 7조6천억 원 규모 자기자본을 활용한 운용 부문 확장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기조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삼성증권은 이번 발행어음 심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리스크로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실시한 거점 점포 검사에서 투자 성향 확인서 허위 기재, 녹취록·증빙서류 미비 등 불건전 영업 행위가 적발된 탓이다.
 
[오늘 Who] 삼성증권 '9년 숙원' 발행어음 가시권, 박종문 'WM명가' 넘어 'IB강자' 넘본다

▲ 삼성증권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발행어음 인가를 내주려는 것은 삼성증권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이란 이야기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로 증권가에선 삼성증권의 인가 획득이 불투명했단 얘기도 돌았다”며 “당국으로선 삼성증권이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길 바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사장도 IB 경쟁력 강화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박 사장은 3월20일 정기주주총회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에도 역할을 다하겠다”며 “시중 자금이 혁신 기업과 산업 현장으로 흘러가도록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결국 올해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3757억 원, 지배주주 순이익은 1조72억 원을 거뒀다. 삼성증권 역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조 원’을 달성했다.

박 사장의 연이은 최고 실적 행진은 연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삼성생명 지원팀장 상무, CPC(고객 상품 판매채널)전략실장 전무, 금융경쟁력제고 TF(태스크포스) 부사장, 자산운용부문장 사장 등을 거친 '삼성맨'으로 2024년 3월 삼성증권 대표에 올랐다. 3년 임기를 받아 내년 3월 첫 임기가 끝난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