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자회사 묶어 '통합법인' 출범, '로스트아크 모바일' 흥행에 합병 승패 갈려

▲ 스마일게이트가 내년 1월1일 부로 경영체계를 현 그룹구조 체제에서 통합법인 체제로 개편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스마일게이트가 내년 1월1일부터 현 지주사 체제에서 벗어나 ‘통합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주력 지식재산(IP)의 하향 안정화와 신작 부진이라는 안팎의 부담 속에서 조직 구조 개편과 대형 신작을 동시에 추진하며 중장기 성장 전략을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내년 1월 1일부터 현 지주사 체제를 해소하고 단일 통합법인으로 출범한다. ‘크로스파이어’를 담당하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와 ‘로스트아크’를 맡아온 스마일게이트RPG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합치는 방식이다. 

지주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자회사들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2022년 말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스토브, 메가랩 등을 합병한 데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조직 개편이다.

이번 통합의 대상이 되는 두 자회사는 스마일게이트의 핵심 수익원이다. 지난해 기준 그룹 연간 매출 1조5222억 원 가운데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7181억 원, 스마일게이트RPG가 4758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본사 중심 체제에서 자회사들을 분리하는 등 프로젝트별 책임 경영을 위해 자회사를 분리하는 국내 게임사들의 일반적 흐름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특히 비핵심 자회사를 흡수합병한 사례는 있어도 회사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들을 합치는 조직 개편은 드물다.

분산된 역량을 결집해 의사결정 속도와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100% 자회사인 데다 비상장사인 만큼 합병에 따른 지분 구조 혹은 외부 재무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으로 재무구조가 일원화되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이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자회사 묶어 '통합법인' 출범, '로스트아크 모바일' 흥행에 합병 승패 갈려

▲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가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단독 보유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이번 합병의 지분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통합법인 출범을 앞둔 스마일게이트의 경영 환경은 녹록치 않다.

그간 성장을 견인해 온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로스트아크’의 기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로스트아크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대비 9.2% 감소했고, 그룹 내 매출 비중도 31.3%로 낮아졌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시즌2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PC방 점유율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대규모 업데이트로 일시적 반등을 시도했지만 다시 10위권 이탈과 진입을 반복하는 등 예전의 흐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RPG 양강 구도를 형성해 왔던 ‘로스트아크’는 올해 이후 가속화된 수직 성장 구조에 대한 이용자 피로도, 장르 전반의 인기도 하락, 그리고 ‘아이온2’ 등 경쟁 MMORPG의 등장까지 겹치며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작 성과 부진도 부담 요인이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산하 개발 조직이 올해 약 6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선보인 신작 ‘카제나’는 출시 이후 운영 논란에 휩싸이며 초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가 콘솔 시장을 겨냥해 출시했던 크로스파이어의 후속작 ‘크로스파이어X’ 역시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내년 실적의 핵심 변수는 내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이다. PC 버전의 지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로스트아크 IP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화력을 다시 집중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IP 재정비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핵심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2018년 개발에 착수한 프로젝트로, 본격 개발 이후 약 9년 만에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셈이다. 원작에 버금가는 장기간 개발이 이어진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버전의 흥행 여부가 통합법인으로 재편되는 스마일게이트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통합법인 체제 아래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글로벌 출시와 라이브 운영에 전사적 자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개발, 마케팅, 운영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 효율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성준호 스마일게이트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법인 통합을 통해 명확한 비전과 사업전략 하에, 모든 역량과 자원을 결집하여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스마일게이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밸류’를 지속 발굴하고, 혁신을 통해 글로벌 IP 명가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