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1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COP30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미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이목을 모으면서 차기 대권을 향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관련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기후총회 현장에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뉴섬 주지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셸 루한 그리샴 뉴멕시코 주지사, 미국 상하원 의원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미국 인사들과 함께 기후총회 현장을 찾았다. 미국 연방정부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지시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뉴섬 주지사는 기후총회 참석을 두고 "미국 행정부는 기후대응 주제와 관련해 멍청하게 굴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주는 그렇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나서 이 분야에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국내에서 갖는 영향력이 매우 큰 주로 꼽힌다. 미국 연방에 소속되어 있지만 개별 국가라고 가정하면 올해 4월 기준 세계 4위 역내총생산(GDP)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인도, 영국 등 경제대국들보다도 경제 규모가 크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뉴섬 주지사가 COP30 회의장에서 국가 원수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으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의 행보가 이번에 주목을 크게 받는 다른 이유로 미국 민주당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을 누르고 완승을 거뒀다는 점도 꼽힌다. 선거 대상 지역이었던 버지니아주, 뉴저지주 등 2개 주와 뉴욕시에서 모두 민주당이 환승했다.
이에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저력이 갖췄다는 평가가 미국 정치권에서 나온다. 블룸버그, 로이터, 가디언 등 주요 외신들의 평가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는 현재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다.
▲ 미국 뉴욕시에서 1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뉴욕시 개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대통령"이라며 "그것이 그가 선거를 조작하려 드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그저 일시적으로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인 인물이고 무모하고 혼란스러운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제 일어나 저 폭군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COP30에서 중국이 거대한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발판삼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차기 대권을 차지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을 이끌어 갈 것을 암시했다.
뉴섬 주지사는 "중국은 전기차 및 친환경 에너지 기술 공급국으로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과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경제력에 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관세 문제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명백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뉴섬 주지사는 "브라질은 우리의 위대한 무역 파트너 중 하나이고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라며 "우리는 브라질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 50% 고율관세를 때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대응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이제 대립이 아닌 협력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COP30에 참석한 외국 대표단과 환경단체들은 뉴섬 주지사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요헨 플라스바르트 독일 환경부 차관은 뉴섬 주지사와 만나 "우리는 연방 차원에서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워싱턴D.C.에 제대로 된 연방정부가 들어서 우리와 같은 일을 다시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덴 마이어 유럽 기후 싱크탱크 E3G 기후협상 분석가는 AP통신을 통해 "미국 연방정부가 이번 기후총회에 불참한 것은 유감"이라며 "하지만 (뉴섬과 같은) 다른 지도자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