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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코스피가 예상을 넘는 속도로 오르면서 바야흐로 4천 포인트가 기준점이 되는 ‘4천피 시대’가 도래했다.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한 불안감도 적잖으나,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중복상장 등 국내증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았다는 점을 들어, 역설적으로 확실한 상승 잠재력을 설명한다.
▲ 코스피 지수가 빠르게 오르면서 4천 포인트가 새로운 기준선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사진은 29일 장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보다 70.74포인트(1.76%) 상승한 4081.15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날 소폭 하락을 뒤로하고 4천 포인트선을 단단하게 지켜냈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코스피 5천 포인트 달성 공약을 내걸었다. 4천 포인트가 정부 출범 4개월 여만에 빠르게 달성된 만큼, 이제 시장에서는 5천피라는 새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5천피 달성을 위해 여러 과제가 남아있으나 중복상장 문제의 해결이 핵심으로 평가된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국내증시 저평가 요인에 대해 낮은 배당,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 중복상장의 문제 등을 진단했었다. 이 가운데 중복상장 해결이 특히 까다로운 마지막 과제로 평가돼 왔다.
중복상장이란 회사의 알짜배기 사업을 분할해 기존 회사는 껍데기로 남기고 알맹이는 오너들만 챙겨가는 것을 말한다.
중복상장에 대한 비판은 오래 전부터 거셌지만, 해결되진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의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으로 코스피 5천시대 도약’ 중점 전략과제를 보면 1순위 해결 과제는 △주주 충실의무 등 상법 개정 △합병분할 등 관련 제도개선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 △자사주 원칙적 소각 제도화 검토의 네 가지로 제시돼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서 상법개정은 올해 안에 끝내겠다고 못박았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나머지 세 가지는 내년까지 해결하겠다고 공표해 둔 상태다.
새 국회에서 자사주 원칙적 소각 법안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의 주요주주로서의 역할이 점차 강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다음으로 착수할 분야는 합병분할 제도개선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출범 이후 1~2년차에 가장 추진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자사주의 원칙적 소각 제도화 검토->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합병·분할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이라 말했다.
앞서 코스피가 3천 포인트선에 있을 때에도 중복상장 문제만 해결되면 지수 상승여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했다.
그런데 중복상장 해결 없이 이미 4천 포인트선까지 올랐으므로 향후 중복상장 해소가 가져올 상승폭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중복상장으로 인해 한국증시가 받는 할인율은 종합적으로 13% 수준 정도로 추산된다”며 “만일 중복상장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와 유사한 정도의 상승여지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기업들에게 중복상장 해소를 강요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 중복상장의 문제에 있어 메리츠금융지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다만 앞서 메리츠금융지주가 자발적으로 중복상장을 거두어들이면서 시장의 모범으로 남은 사례가 존재한다.
2023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상장폐지하고 메리츠금융지주로 통합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경험이다.
이처럼 기업이 자발적으로 중복상장을 해소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만큼, 정부가 제도를 활용해 유인책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 기준이 4천 포인트가 된 상황이라 이제부터는 1%씩만 올라도 증가분이 거친다”며 “중복상장 해결로 추가적인 기대감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 코스피 상승률이 더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뿐 아니라 월가에서는 이미 코스피의 잠재력을 더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JP모간은 코스피 강세장이 올 경우 6천 포인트도 가능하다고 최근 평가했다.
이보다 몇 달 앞서 이 증권사는 코스피 5천 포인트 달성은 이재명 정부 임기 5년 내가 아니라 당장 2년 내에도 가능한 목표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김태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