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김윤 삼양홀딩스 바이오사업 다시 독립할 때 '결단', 김경진에게 맡긴 스페셜티 특명

▲ 김경진 삼양바이오팜 대표이사는 11월1일부터 바이오사업의 독립경영을 책임진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올해도 글로벌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과 ‘스페셜티’를 앞세웠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0주년 기념사에서도 같은 단어로 미래전략을 설명했다.

스페셜티는 차별화 전략이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거나 남다른 가치를 가진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스페셜티는 모든 사업 부문에 적용된다. 

최근 삼양그룹 광고에서 박정민 배우는 “삼양그룹의 스페셜티는 우리가 누리는 모든 거야”라며 “먹는 것부터 꾸미는 것, 낫는 것, 미래를 바꾸는 것까지”라며 전 사업 분야를 언급했다.

삼양홀딩스의 의약바이오 사업 인적분할은 ‘스페셜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김윤 회장은 바이오사업을 떼어내 사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양홀딩스는 오는 11월1일자로 의약바이오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삼양바이오팜’으로 다시 상장한다.

김윤의 믿을맨 김경진, 위탁개발생산(CDMO) 확대로 기업가치 증명할까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독립법인이 되는 삼양바이오팜을 김경진 대표에게 맡겼다.   

김 대표는 지난해 유일하게 외부 영입될 만큼 김윤 회장의 신뢰를 받는다고 평가된다.

1988년부터 37년 동안 바이오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왔다. 로슈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에스티팜의 연구개발과 경영총괄을 도맡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 삼양바이오팜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위탁개발생산(CDMO)사업 확장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CDMO는 의약·바이오품의 개발(CDO)부터 생산(CMO)까지 모든 과정을 대신하는 것인데 전망도 밝다.

경영전략분석업체 삼정KPMG는 올해 세계 바이오CDMO 매출이 248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3.74% 늘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한미약품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지난해부터 CDMO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CDMO 주력제품인 세포독성 항암주사제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최근에는 500만 바이알 규모의 공장을 증설했다.

삼양바이오팜의 CDMO 주력제품인 세포독성 항암주사제는 암세포의 세포분열을 막는 독 성질을 가진 주사제다. 

김 대표는 이전에도 CDMO로 매출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어 내딛는 발걸음에 거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 대표 시절 CDMO사업을 확장해 2018년 973억 원으로 급감한 매출을 2천억 원대로 끌어올렸다. 에스티팜의 CDMO 매출 비중은 2018년 15%에서 2024년 64%로 늘었다.

김 대표의 과제로는 삼양바이오팜 제품 다각화로 ‘몸집 키우기’가 꼽힌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제품의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삼양홀딩스가 꾸준히 공 들이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 약물전달 플랫폼 센스(SENS)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홀딩스는 지난해 혈액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기도 했다. 임상시험은 신약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평가해 인증하는 과정으로 4상까지의 단계를 거친다.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이 물질 1상 시험은 지난해 9월 시작돼 올해 12월에 끝마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 밖에도 리프팅실과 히알루론산 필러 등 미용·성형시장에도 진출해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샴양바이오팜은 이번 독립으로 규제와 변화에 좀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김경진 대표는 해외시장 경험과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윤 회장이 길러온 바이오사업, 삼양바이오팜 규모의 성장 이룰까

김윤 회장은 1992년부터 바이오사업을 길러왔다.

1992년 충남 의약바이오연구소를 짓고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부터 항암치료제 원료와 생분해성 의료용 실을 개발해 현재 바이오사업의 기반을 닦았다. 

2018년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갔다. 김 회장은 미국 현지법인을 만들고 현지 제약사, 연구소, 병원, 대학 등과 협력의 장을 넓히고 있다.

바이오사업은 2011년 삼양그룹이 지주체제 전환을 위해 삼양홀딩스를 세우면서 삼양사로부터 물적분할됐다. 

삼양바이오팜은 이때부터 2013년 삼양제넥스바이오, 2021년 메디켐과 합병하며 몸집을 키웠다.

다만 코로나19로 내수시장이 침체되자 김 회장은 삼양바이오팜을 삼양홀딩스에 흡수합병했다. 사업부문을 다시 합쳐 재무적 안정을 꾀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흡수합병된 지 4년 만인 올해, 삼양바이오팜의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삼양바이오팜이 독립해서 사업을 키울 수 있을 만큼 기초체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양바이오팜이 앞으로 몸집을 얼마나 키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바이오전문업체와 비교해 아직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삼양홀딩스의 바이오사업을 포함한 기타부문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364억 원으로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 4조5473억 원, 셀트리온 3조5573억 원, 보령 1조171억 원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삼양그룹 안에서도 바이오 부문 매출 비중은 다른 사업부문보다 낮다.
 
삼양홀딩스 바이오 대표제품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폐암·흉막암치료제 페메드S가 46%, 난소암치료제 제넥솔주가 50%를 차지했지만 바이오사업을 비롯한 기타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를 밑돌았다.

삼양홀딩스 기타부문 매출은 지난해 3364억 원으로 전체매출 3조5532억 원의 9%수준에 불과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 부문 주력사업 비중이 치우쳐져 있다는 점도 개선돼야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삼양홀딩스의 바이오 부문은 생분해성 의료용 실 매출이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제품은 이 밖에도 항암치료제와 필러, 원료의약품(API), 패치 등이 있지만 매출을 이끌 수 있을 만큼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삼양홀딩스는 생분해성 의료용 실과 항암치료제를 주력으로 한다"며 "다만 최근 미용분야에도 진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