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화이자 출신 C레벨도 영입, 김정수 '아들 전병우 헬스케어' 적극 지원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이 헬스케어 전문가를 속속 모시고 있다. 아들인 전병우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오른쪽)의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들인 전병우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의 신사업 행보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 출신 헬스케어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제약기업 화이자 출신 인물까지 모셨다.

23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4월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출신의 파이설 타히리씨가 삼양식품의 지주회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의 헬스케어부문장으로 선임됐다.

타히리 부문장은 헬스케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구강용품 브랜드인 골게이트-팜올리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2년 화이자의 자회사인 와이어스(Wyeth)로 이직해 화이자 계열에서만 20년 가까이 일했다.

포르루갈 리스본과 프랑스 파리 등에서 와이어스 소비자헬스케어 분야를 담당한 뒤 역량을 인정받아 화이자 소비자헬스케어 캐나다 팀장, 화이자 에센셜헬스 라틴아메리카 부사장, 글로벌 마케팅 역량 책임자 등을 지냈다.

화이자의 한 사업부였던 업존에서 글로벌 커머셜 담당을 맡다가 2019년 미국 건강보조식품 회사인 더바운티플컴퍼니에 국제부문 사장으로 합류해 2~3년 동안 새 시장 진출과 주요 비타민·미네랄보충제 등 헬스케어 제품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했다.

이후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엘리시움헬스에 합류해 2022년 4월부터 3년 동안 최고상업책임자(COO)로 활동했다. 엘리시움헬스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 레너드 과렌테 박사가 설립한 노화 분야 건강 솔루션 개발 회사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만 2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인물의 합류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이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11월에도 헬스케어 전문가를 영입한 바 있다. 그 주인공은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만 19년가량 일했던 박용재 실장이었는데 그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스마트뷰티팀장과 넥스트뷰티팀장 등을 역임한 뒤 유전체 빅데이터를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전략기획실장과 최고전략책임자 등을 역임한 헬스케어 전문가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박 실장을 영입하면서 헬스케어와 건강기능식품 분야를 맡기기 위해 전략2실을 신설했다. 이후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전략2실에서 활동할 그룹장과 팀원 채용에도 나섰다.

지주회사만 헬스케어에 신경을 쓴 것이 아니다. 사업 자회사인 삼양식품도 3~4월경에 헬스케어BU 산하 미토믹스 연구소의 제품개발 연구원을 비롯해 사업개발 담당, 인공지능 엔지니어,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담당자 등 경력직원을 선발했다.

현재도 경력 7~15년의 건강기능식품 사업전략 그룹장의 경력 상시 모집 공고를 걸어놓는 등 헬스케어 분야 인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 화이자 출신 C레벨도 영입, 김정수 '아들 전병우 헬스케어' 적극 지원

▲ 삼양라운드스퀘어 헬스케어부문장으로 4월 합류한 파이설 타히리 부문장(사진)은 헬스케어 경력만 20년이 넘는 업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아들 전병우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 상무를 지원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현재 삼양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은 삼양식품 헬스케어BU에서 담당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하자는 취지에서 2024년 10월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를 론칭한 것도 헬스케어BU 주도로 이뤄졌다.

전 상무는 2024년 말 기존에 맡고 있던 불닭브랜드본부장을 내려놓고 헬스케어 관련 연구소인 미토믹스연구소장을 겸임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토믹스연구소는 미토콘드리아 생체 분자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전 상무가 내세울 만한 성과는 아직 없다. 헬스케어BU 산하에 위치한 뉴트리션사업부만 보면 2024년 매출 26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2024년 전체 매출의 0.15% 수준이다.

전 상무는 2023년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비전선포식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식물성 단백질 사업이 기후변화와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양한 응용 제품 연구를 통해 원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비자에게 더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헬스케어에 뛰어든 지 2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초기 모습만 보고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긴 힘들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성이 잡히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에 헬스케어 전문가들이 속속 합류하는 것은 사실상 김정수 부회장이 전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조각을 맞추고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새 인사 영입과 관련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