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 전기차 '블루오션'으로 떠올라, 현대차 사우디 공장 역할 커진다 

▲ 장재훈 현대차그룹 완성차 담당 부회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이 5월14일 사우디아라비아 킹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서 열린 공장 착공식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공장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중동 지역에서 최근 전기차 수입이 급증한 가운데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은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생산 거점까지 설립하고 있다.

중동은 의외로 전기차 도입에 적합한 환경을 갖춘 데다 현지 정부도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최근 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착공한 공장의 역할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블룸버그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이 중국이나 노르웨이와 같은 전기차 도입 선두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논평을 내놨다.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가 수입한 자동차 가운데 순수전기차(BEV) 비중은 10%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PHEV)까지 합산하면 25%로 늘어난다. 

카타르 또한 같은 기간 수입한 차량 가운데 12.5%가 전기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레인과 쿠웨이트에서도 각각 10%와 7% 비중을 차지했다. 

판매 비중이 예상보다 높은 근거로 도시화 중심 환경과 높은 소득수준 등을 제시했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한 번 충전해서 수백 ㎞ 정도를 주행한다. 이에 충전소가 상대적으로 적게 설치된 교외 지역을 많이 달린다면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동은 차량으로 도심 외곽까지 장거리 주행을 할 일이 많지 않은 환경이라 전기차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중동에 유력한 내연기관차 제조 기업이 부재하다는 점도 전기차 도입을 촉진하는 요소로 꼽았다. 전기차 도입을 둘러싼 산업간 갈등이 적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중동 지역 전역에서 전기차가 급증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에 테슬라와 BYD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선두 기업은 중동 각국에 판매 법인을 세우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거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모터스는 2023년 9월27일부터 사우디 제다의 신도시 ‘킹 압둘라 이코노믹 시티(KAEC)’에서 전기차 조립을 시작했다. 연산 15만 대까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증설 작업도 2026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 전기차 '블루오션'으로 떠올라, 현대차 사우디 공장 역할 커진다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4월8일 테슬라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 전자기기 위탁생산 기업 폭스콘 또한 지난해 4월부터 사우디에 13억 달러(약 1조78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동 전기차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바탕으로 생산 설비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보고서를 통해 “중동 전기차 시장은 2035년까지 540억 달러(약 74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또한 올해 5월14일 사우디 킹 살만 자동차 산업단지에서 전기차 생산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연간 5만대 규모로 혼류 생산(한 개의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꾸릴 예정이다. 

중동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는 루시드모터스를 비롯한 기업과 함께 전기차 시장을 키워 나갈 공산이 크다. 

베인앤컴퍼니는 “중동에 미리 진출한 전기차 기업들은 고객을 유치할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를 비롯한 각국이 석유 일변도 산업에서 탈피하고자 전기차 도입 지원책을 적극 펼치는 점은 수혜 요소이다. 

사우디는 ‘비전 2030’이라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 아래 연간 전기차 50만 대를 생산하고 수도 리야드의 자동차 가운데 30% 이상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했다는 점 또한 중동 시장 잠재력을 돋보이게 만든다. 

더구나 중동 분쟁으로 유가가 요동쳐 전기차 수요가 더욱 늘면 현대차를 비롯해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한 기업 중요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내연기관에 의존하던 지역에서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는 건 더 우수한 기술이 가솔린을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종합하면 중동 지역이 최근 판매 급증에 전기차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사우디에 착공한 현대차 공장도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세계 정유사 또한 석유를 내연기관차 연료가 아닌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소비하는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전기차 수요가 더욱 늘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