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선] 이준석 '젓가락'으로 폭망, '15%' 바라보다 10%도 못 넘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대선 운동 마지막 날인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수성못 상화동산에서 마지막 대중 유세를 펼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두 자릿수 득표율 달성에 실패했다.

이준석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마지막 텔레비전(TV) 토론에서 내놓은 '젓가락' 발언으로 사실상 자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때 '득표율 15%'를 꿈꿨으나 이제 정치적 미래조차 불확실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3일 밤 12시 현재 이준석 후보는 제21대 대선에서 7.32%의 득표율(개표율 48.32%)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9.04%,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42.59%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8시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7.7%의 득표율이 예상됐다. 

앞서 이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전 실시된 한국갤럽·리얼미터·전국지표조사(NBS)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10~10.4% 수준의 지지율을 얻으며 두 자릿수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비용의 50%를 보전 받는 '득표율 1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선거비용의 100%를 보전 받는 득표율 15%까지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지난달 23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을 두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며 "특히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중도층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도층에서 움직이고 있고 한 15%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 전 후보가 7.7%의 예상득표율(방송3사 출구조사)을 기록한 것은 '젓가락' 발언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27일 마지막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문제의 발언을 내놨고, 그 뒤에도 '후보 검증'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문제의 발언은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빌드업 과정에서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과거 인터넷 댓글로 성폭력적 발언을 내놨다고 일부 극우 유투버 등이 공격한 바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됐는데 당시 경찰 수사까지 진행됐지만 작성자가 아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대선 운동 기간 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격에 집중했다. 이재명 후보와 겨룰 사람은 자신뿐이라며 보수진영의 차기 정치지도자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기 위한 '젓가락 발언'은 정확히 부메랑이 돼 이준석 후보 자신에게 날아들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 연구소 실장은 지난달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후보의 발언은 비유하자면 전국민이 보는 TV 앞에서 흉악범죄 사건 사진을 들이미는 경우라 봐도 된다"며 "여성혐오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아들인지 확인도 안 된 커뮤니티 댓글 한 줄은 언급할만한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혹평했다.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 전 후보는 자신의 발언이 여성문제에 적극적인 이 당선인과 권영국 전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관련된 질문을 던졌을 뿐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5월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살면서 TV 토론에서 '여성 성기', '젓가락'이라는 표현을 직접 들을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이게 나올 수 있는 얘기인가, 해야 될 얘기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젓가락 발언 이전까지 이 후보의 정치적 앞길은 창창해 보였다.

국민의힘 쪽의 온갖 후보단일화 압력도 이겨냈다. 선거 막판에 가장 두려웠을 '사표 심리'도 사그라드는 듯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무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면서 '보수의 미래'에 투표한다는 유권자들도 늘었다. 

이준석 후보가 만약 득표율 10%의 벽을 깼다면 그는 보수진영의 미래로 '우뚝' 설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 보수진영에 마땅한 대선 주자가 많이 않은 만큼 정치적 공간이 크게 열릴 수 있었다. '비호감도 1위 정치인'이라는 부담은 조금씩 시간을 두고 대응하면 해결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젓가락 발언은 이준석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힌 듯하다. 중도층에서도 비호감도가 크게 올라갔고 여성 유권자층에선 돌이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자신의 정치적 미래까지 걱정할 처지로 내몰렸다. 

물론 초라한 득표율에 선거운동 비용도 고스란히 당과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저는 최소 이 반감이면 당내의 균열도 초래가 될 것이고 중도층에서 정말 그냥 대거 빠지는 현상들이 어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며 "이준석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어제 3차 토론 발언에 대한 본인 입장은 그렇지 않은가. 사과를 진심 어리게 하지 않고 '내가 순화했다, 내가 많이 참아줬는데 왜 나를 이해 못하지?' 이런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미 저는 대선판에서 두 자리는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자체조사로 5월20일부터 5월22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진행됐으며 5월22일과 5월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전국지표조사(NBS)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5월19일부터 5월21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하는 휴대폰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