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포함 환경단체 영국서 '파리협정 장례식', "정치인 1.5도 약속 어겨"

▲ 그린피스와 익스팅션 리벨리온 등 국제 환경단체 회원들이 10일(현지시각) 영국 케임브리지 일대에서 '파리협정' 장례식을 진행하고 있다. <익스팅션 리벨리온>

[비즈니스포스트] 국제 환경단체들이 부진한 글로벌 기후대응 수준을 비판하는 행위극 시위를 벌였다.

그린피스, 익스팅션 리벨리온 등 국제 환경단체들은 10일(현지시각) 영국 케임브리지 일대에서 '파리협정 장례식'을 열었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여한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합의한 조약을 말한다.

기온상승이 1.5도를 넘어서면 기후변화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져 지구는 더 이상 원래 상태를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환경단체 회원들은 붉은색 옷을 입고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뒤 검은 관을 짊어진 채 케임브리지 일대를 순회하는 행위극을 펼쳤다. 일부 회원들은 "죽은 행성에는 미래가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도 들었다.

환경단체들은 최근 학계에서 나온 여러 분석 결과들을 보고 1.5도 목표를 더 이상 지키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해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스 마틴 익스팅션 리벨리온 회원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모의 장례식은 우리가 지금 감당해야 할 거대한 현실과 슬픔을 받아들이기 위한 필요를 인식하고 기획됐다"며 "우리가 지금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다 함께 애도하고 이 도전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성찰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도 이상 높았던 것으로 관측됐다. 

1.5도 목표가 공식적으로 붕괴하려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기온이 1.5도 높아진 상태를 유지해야 하나 전 세계 학자들은 기온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들어 붕괴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 등 여러 국제기관들은 파리협정 목표 붕괴를 경고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조이 플린트 익스팅션 리벨리온 대변인은 "정치인들은 파리협정을 통해 약속을 내놓은 지 겨우 10년 만에 기온상승이 1.5도를 돌파하도록 방치해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지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저지해 내는 0.1도마다 더 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건지게 된다"며 "아직 최악의 피해를 막을 시간이 남아 있는 지금 모든 사람들이 인류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