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부회장이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성장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생산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는 시기와 투자규모가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크게 뒤처져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박 부회장이 3D낸드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투자를 늘리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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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SK하이닉스는 22일 충청북도 청주에 2조2천억 원을 투자해 새 공장을 짓고 중국 우시의 D램 생산공장에 9500억 원 규모의 보완투자도 집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성욱 부회장이 승진한지 하루만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박 부회장은 “청주의 신규 반도체공장은 신산업 시대를 대비하는 SK하이닉스의 핵심기지가 될 것”이라며 “적기에 공장이 건설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청주 신규공장은 내년 8월 착공에 들어가 2019년 6월 완공이 예정됐다. 우시공장의 확장공사는 2019년 4월 마무리된다.
SK하이닉스는 신규공장을 신성장동력인 3D낸드 생산시설로 만들 공산이 크다. D램의 업황이 불안정한 반면 낸드플래시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며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공장 증설시기보다 늦고 투자규모도 작아 향후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신규공장 증설 외에 기존 D램 생산시설을 3D낸드로 전환하거나 미세공정의 비중을 높여 반도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등 추가적인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건설에 통상 2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며 “내년부터 기존 공장에서 3D낸드 양산도 확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속도로 투자를 이어가도 글로벌 주요 경쟁사의 3D낸드 생산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내년 4분기 삼성전자의 3D낸드 출하량은 140억 기가바이트, 도시바는 160억 기가바이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이 50억 기가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SK하이닉스의 출하량은 기존 투자계획을 반영하면 20억 기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아직 3D낸드의 생산비중이 6% 정도에 그쳐 생산량을 대폭 확대해도 크게 뒤처질 것”이라며 “투자규모가 향후 시장에서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11월부터 48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내년부터 64단 낸드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낸드플래시 기술력에서 2위를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양산시설 규모에서 경쟁업체에 크게 밀린다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낸드플래시 수요성장에 큰 수혜를 입지 못할 수 있다.
낸드플래시업체들이 과도한 생산투자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만큼 SK하이닉스가 예정대로 2019년에 신규공장을 완공해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공급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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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XMC반도체 등 중국기업들도 2019년을 전후로 본격적인 3D낸드 양산계획을 잡아두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치열한 경쟁에 밀려 증설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의 시장진입을 더 앞당겨 초기에 수요를 선점하려면 증설투자를 집행하는 동시에 3D낸드의 생산비중을 높이는 전환투자에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HMC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전체 반도체 투자금액이 올해보다 15% 늘어난 7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에 비교해 투자규모가 적어 적극적인 투자확대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박 부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속성장을 위한 시의적절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D낸드 공정 특성상 필요한 장비가 많아지고 대형화돼 공장증설이 없이는 생산량 확대에 제약이 있다”며 “회사의 기술역량 등도 고려해 양산시기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