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씨에스윈드가 주력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미국에서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방성훈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사장은 다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해상풍력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매출 다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에스윈드 지난해 주력 미국시장 흑자에도 쓴웃음, 방성훈 트럼프 리스크 대응 고심

▲ 방성훈 씨에스윈드 대표이사 사장.


19일 씨에스윈드 사업보고서를 보면 미국 법인 씨에스윈드 아메리카는 지난해 순이익으로 712억1400만 원을 올렸다. 2023년 순손실(340억 원)에서 벗어난 것이다.

미국 시장이 점차 씨에스윈드의 핵심 무대로 안착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씨에스윈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넘겼고 이 가운데 63.9%에 해당하는 1조9646억 원 가량을 미국에서 냈다. 
 
2022년만 해도 미국 시장 매출은 전체의 37.2%를 차지하며 유럽(45.5%)을 밑돌았다. 다만 2023년에는 47.8%로 유럽(35.6%)을 앞지른 뒤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이 일찌감치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인 점이 빛을 본 셈이다.
 
씨에스윈드는 2021년 6월 세계 1위 풍력발전기 제조사 베스타스(Vestas)로부터 미국 풍력타워공장을 인수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그뒤 2022년 8월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됐고 씨에스윈드 미국 법인은 이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10년 동안 받게 돼 큰 수혜를 입었다.

씨에스윈드 미국법인은 지난해 재무 부담도 상당 부분 덜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연결 기준 275%로 2023년말 389%보다 크게 낮아졌다.
 
씨에스윈드 지난해 주력 미국시장 흑자에도 쓴웃음, 방성훈 트럼프 리스크 대응 고심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오른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1월29일(현지시각) 콜로라도주 씨에스윈드 미국법인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씨에스윈드>


방성훈 대표이사 사장은 다만 미국 법인의 실적 반등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경영인 김성권 회장은 사내이사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래 풍력, 특히 해상풍력에 부정적 태도를 내보이는 가운데 이에 따른 수요 위축도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신규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모두 일시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씨에스윈드도 지난 4일 미국 해상풍력단지에 풍력발전기 구조물을 공급하는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해지된 계약의 규모는 경영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씨에스윈드가 주력으로 삼는 육상풍력 타워가 아닌 만큼 당장의 실적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씨에스윈드가 2023년 덴마크 하부 구조물 기업 블라트(현 씨에스윈드 오프쇼어)를 인수하며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한 만큼 시장에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씨에스윈드 주가는 공시 다음날인 5일 8.7% 급락했다.

씨에스윈드 관점에서는 선제적 투자로 실적 확대를 이끈 미국 법인이 향후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방 대표는 결국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 미국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럽에서는 최근 독일이 5천억 유로(약 794조 원) 규모 인프라 투자 기금을 세우고 이 가운데 1천억 유로(약 158조 원)는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 목적으로 쓰기로 한 만큼 해상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향한 기대감이 높다.

증권업계에선 유럽 해상풍력 시장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씨에스윈드가 앞으로 신규 수주를 유럽에서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향후 실적에 관건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부진이 예견된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사실 씨에스윈드 실적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며 "반면 유럽 해상풍력 시장은 본격적으로 공급 부족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씨에스윈드는 이 상황을 활용한 신규 수주 확보가 중요해 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