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BYD 송 플러스 DM-i 차량이 11일 중국 상하이 징안구에 위치한 쇼룸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BYD는 새로운 충전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 차량 제조, 자율주행까지 전기차 사업 전 부문에 걸친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테슬라의 세계 1위 자리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5분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는 초고속 충전 기술 ‘슈퍼 e-플랫폼’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5분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BYD는 기업 본산인 중국에 충전소 4천 개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초고속 충전을 제공하는 전기차 ‘한 L’과 ‘탕 L’ 차량도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BYD 차량 소유주는 이전까지 다른 전기차 업체나 공공 인프라에 충전을 의존해 왔다. 이번 충전 기술 도입과 충전소 설치를 통해 이러한 약점을 극복해 차량 수요가 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전문지 모닝스타의 빈센트 선 분석가는 “초고속 충전은 전기차 구매에 소비자 망설임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충전은 일반적으로 20~30분 가량 걸려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만큼 증가하지 않는 이유로 충전 문제가 꼽혀왔는데 BYD가 이를 개선한 기술을 발표한 셈이다.
BYD 초고속 충전이 주장대로 가능하다면 테슬라 충전기인 ‘슈퍼차저’ 보다도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15분 충전해 275㎞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후발주자인 BYD가 이를 추월했다는 뜻이다.
전기차 충전업체 차지웨이의 매트 테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악시오스를 통해 “테슬라는 BYD의 발표 이후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기술에 있어 후발주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BYD는 중저가 전기차 분야에서만 경쟁력을 갖췄다는 시각이 많았다. 실제 고가 브랜드인 ‘덴자’와 ‘양왕’ 등이 유의미한 판매 성과를 내지 못했다.

▲ 테슬라 차량이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더블린에 위치한 대리점에 비를 맞으며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메리츠증권이 17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BYD의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 가운데 95%는 20만 위안(약 2898만 원) 이하 중저가 차종에서 나왔다.
BYD가 배터리와 차체까지 모두 직접 제조하는 ‘수직계열화’로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은 달성했지만 기술력은 뒤처진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번에 테슬라 슈퍼차저보다 충전 속도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면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BYD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력 향상에도 적극 투자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BYD는 지난해 주행보조와 자율주행 등 기술에 1천억 위안(약 2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팀에는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5천 명 이상 개발 인력을 고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BYD는 올해 2월10일 자체 개발한 고급형 스마트 주행보조 시스템 ‘신의 눈’을 사실상 전 차종에 도입하겠다고 알렸다. 사용료도 일단 없다.
테슬라도 이에 맞서 중국에서 FSD(Full Self-Driving)를 17일부터 4월16일까지 1달 무료 사용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BYD의 기술 우위는 테슬라가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부진한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하는 점과 결합해 더욱 부각되고 있다.
BYD는 지난해 176만4992대의 순수전기차(BEV)를 팔아 테슬라를 2만4천여 대 격차로 따라왔는데 올해 충전이나 자율주행 우위로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요컨대 BYD가 차량은 물론 충전소와 자율주행까지 기술력에 기반한 전기차 ‘생태계’를 완성해 테슬라 입지를 더욱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 중국대리점 한 사원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테슬라 기술력은 중국 업체와 비교해 최첨단이 아니다”라며 “테슬라 경쟁력은 길어야 2~3년 정도만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BYD에 초고속 충전이 배터리 안전성 및 수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안전 우려를 함께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