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 관세 역효과, 폴크스바겐·르노 오히려 중국 업체 의존도만 늘어

▲ 폴크스바겐 ID.3 차량이 11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그룹 연례 기자회견장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부과하기 시작한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가 역효과만 내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폴크스바겐과 르노와 같은 현지 완성차 기업이 중국 전기차 업체에 오히려 의존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16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과 르노은 중국 전기차 기술 의존도가 지난해 10월 발효한 EU 관세 이후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국영업체인 디이자동차(FAW)와 2030년까지 10개의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기로 17일 발표했다.  

또한 폴크스바겐은 지난주 중국 샤오펑과 전기차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함께 진행해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 54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알렸다. 

르노도 중국 상하이에 전기차 연구개발(R&D) 사무소를 올해 1월 열고 유럽에 출시할 신형 중저가 전기차 ‘트윙고’ 개발에 나섰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인상하며 영향력을 줄이고자 했는데 오히려 유럽과 중국 기업이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역효과가 나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EU 관세가 예상치 못한 효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EU는 지난해 10월30일 중국 전기차에 기업별로 최대 45.3%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이 보조금으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강화돼 유럽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는 점이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유럽 완성차 기업 및 중국 전기차 업체에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기업 협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3년과 비교해 33% 감소했다. 스텔란티스 순이익은 심지어 70% 급감했다. 르노와 BMW와 같은 다른 유럽 기업도 같은 기간 순익이 내려앉았다. 

유럽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 비용이 높아 수익에 타격을 입어 중국 업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제조 원가 경쟁력이 높은 중국도 유럽이 책정한 관세가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었다. 이에 양측이 EU 당국의 의중과 반대로 기술 제휴와 같은 방식으로 활로를 찾는 셈이다. 

관세로 중국 전기차 판매가 약화된다는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독일 시장 조사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3.9%로 집계됐다. 같은 해 3분기보다 0.4%포인트 늘었다.  

닛케이아시아는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유럽 자동차 업체가 원가 경쟁력이 강한 중국 기업과 협업에 눈을 돌렸다”며 “중국 또한 유럽 입지를 굳힐 수 있어 이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닛케이아시아는 유럽이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 부문에서도 중국 업체에 의존도가 크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