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부산·수원서 도시정비 기지개, 이한우 개포주공 찍고 압구정 노린다

▲ 현대건설이 서울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부산과 수원에서 올해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 수주 마수걸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이 기세를 타고 1조5천억 원 규모의 개포동 재건축에 이어 2조4천억 원으로 예측되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조합과 수원 구운1구역 재건축조합이 3월 말 잇따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연산5구역 재건축정비사업(연산5구역 재건축)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2220번지 일대 지하 4층~지상 45층, 2995세대 규모를 조성하는 공사다. 예상 총공사비는 1조 원 이상인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현대건설 부산·수원서 도시정비 기지개, 이한우 개포주공 찍고 압구정 노린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수원 구운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구운1구역 재건축사업)은 경기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462번지 일대 지하 3층~지상 35층, 21개 동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공사다. 세대수는 1995세대로 경기 남부권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수천억 원대의 총공사비가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유일하게 두 사업장 입찰에 참여해왔다. 두 사업장이 모두 2개사까지 공동도급을 허용한 만큼 컨소시엄 형태로 리스크를 줄이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먼저 시공사 선정 일정이 잡힌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은 이 대표가 공식 선임된 뒤 처음으로 현대건설 도시정비 수주성과를 눈앞에 둔 사업장이다.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은 23일, 수원 구운1구역 재건축사업은 29일 각각 시공사를 결정한다.

현대건설은 올해들어 현재까지 도시정비사업에서 신규 시공권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첫 도시정비 수주가 3월9일에 이뤄진 점, 수주를 노리는 사업장별 일정이 차이가 난다는 점 등을 고려해도 올해 초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마수걸이 수주 신고가 다소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향후 서울 강남 지역을 겨냥해 대형 재건축 수주를 기반으로 올해 도시정비 수주 반등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 수주 가능성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개포주공6·7단지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185번지 일대 지하 5층~지상 35층, 공동주택 2698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공사다.

앞서 12일 마감한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의 첫 시공사 선정 입찰은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해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조합은 13일 곧바로 재공고를 내고 빠르게 시공사 선정 절차를 재개했다. 재공고에 따르면 21일 현장설명회를 거쳐 5월7일 입찰을 마감한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은 예상 총공사비가 1조5140억 원에 이르는 만큼 이 대표가 올해 현대건설 도시정비 수주 규모를 큰 폭으로 채울 수 있는 대표적 사업지로 꼽힌다.

현대건설이 오랫동안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 수주 의지를 공식적으로 내비쳐 온 가운데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삼성물산도 입찰 참여를 저울질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15년 넘게 없었던 업계 1, 2위의 대형 수주전이 올해 초에 이어 잇따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몰렸다.

아직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사업은 2차 입찰 등이 시공사를 찾기 위한 후속 절차가 남아있지만 삼성물산이 발을 빼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1조2380억 원 규모의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처럼 강남권에서도 다수의 사업지에서 건설사 사이 출혈경쟁을 피하는 흐름이 지속하는 셈이다.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은 당초 현대건설 ‘디에이치’와 대우건설 ‘써밋’의 하이엔드 브랜드 맞대결이 예상됐지만 현대건설이 11월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광역시, 수도권에 이어 서울 강남에서 도시정비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는 이 대표는 올해부터 도시정비사업 핵심 격전지로 떠오를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 물량을 수주하기 위한 밑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가장 시공사 선정 일정이 빠른 압구정2구역에 수주 역량을 결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2 재건축사업(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34번지 일대 최고 65층, 높이 250m, 2600세대 규모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상 총공사비는 2조4천억 원에 이른다.

압구정2구역은 1982년 건설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9·11·12차 단지 일대로 한강을 따라 접해있어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현대고등학교도 인근에 위치한다.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지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시 정비계획안을 통과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은 6월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9월 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3년 12월 압구정재건축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온 현대건설은 올해 초 TF에 인원을 보강한 뒤 정규조직인 ‘압구정재건축영업팀’을 신설하며 압구정2구역을 시작으로 재건축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건설 부산·수원서 도시정비 기지개, 이한우 개포주공 찍고 압구정 노린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 조감도. <서울시>


이 대표에게도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은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으로 있던 시절 TF가 구성됐고 대표이사에 오른 뒤 전담팀이 구성되는 등 이 대표가 수년째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을 직접 챙겨왔기 때문이다.

또 최근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압구정 현대’ 명칭을 한글과 한자 혼용 상표로 출원하면서 재건축사업 수주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시공사가 아파트를 준공한 뒤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 명칭을 특허로 출원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압구정 일대에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입지를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표에게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은 지난 1월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 실패를 만회할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삼성물산이 현대건설과 경쟁을 벌인 끝에 따냈다.

압구정지구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역시 최근 서울 잠실과 개포에서 잇따라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압구정2구역에 수주에 집중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은 오랜 기간 관심 보여온 지역으로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수주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추후 조합 공고문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며 올해 선별수주 전략 아래 핵심 사업지의 시공권을 다수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