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사진)이 12일 첫 공개된 유튜브 콘텐츠 ‘소피의킥’에서 레지아노 치즈를 소개하고 있다. <컬리 영상 갈무리>
본인의 냉장고에 항상 쟁여두는 제품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당 제품을 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지를 미식가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콘텐츠에 직접 등장한 것이다.
컬리는 올해 흑자전환을 정조준하고 있는데 충성고객들이 좋아하는 김슬아 대표를 앞세워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컬리에 따르면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에 김슬아 대표의 영어이름인 소피를 딴 ‘소피의킥’이라는 방송을 공개했다.
소피의킥은 김 대표가 먹을거리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자신만의 팁을 방출하는 콘셉트로 제작됐다. 대중들이 평소 잘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식품산업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았다.
소피의킥의 백미는 김 대표가 자신의 냉장고에 어떤 상품이 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가정에서 쉽게 만들기 힘든 라구소스를 설명하며 “저도 집 냉동고에 꼭 있는 것이 톰볼라라는 브랜드의 라자냐”라며 “엄청 맛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나름 요리도 배웠고 이태리 요리를 잘 하는 편”이라며 “근데 이건 그냥 사 먹는다. 약간의 리터치만 해 준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다음 제품 추천으로 넘어갔다. 라자냐 위에 뿌리면 잘 어울리는 치즈를 얘기하면서 “제가 돈 버는 이유가 이 치즈 때문인데 레지아노 치즈”라며 “그냥 먹어도 맛있고 갈아 올려도 맛있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식 냉동식품을 맛있게 먹는 팁을 소개하며 만두도 추천했다.
김 대표가 말한 상품은 바로 ‘굴림만두’인데 “만두를 꺼내서 속만 꺼낸 다음에 흰쌀과 섞으면 쇠고기 야채죽 같은 것이 된다”며 “벗겨낼 피도 없는 굴림만두”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깨알같은 컬리 홍보도 더했다. 컬리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라운지 섹션에 들어가면 방송에서 언급한 제품이나 요리 팁을 모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컬리가 김 대표가 직접 출연하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컬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김 대표 출연 영상은 2022년 1월 공개된 ‘컬리가 묻고 CEO 김슬아가 답하다’가 마지막이다.
컬리는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 끝에 김 대표 출연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컬리 관계자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상품을 찾아 헤매는 깐깐한 소비자였던 김슬아 대표는 좋은 상품을 소개하겠다는 일념으로 컬리를 창업했다”며 “내가 사고 싶은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진정성을 담은 10년의 노하우를 소피의킥에서 선보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소피의킥은 컬리의 성장을 담당하는 그로스본부가 주도해 외주제작사를 통해 만들어진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7시마다 새 콘텐츠가 공개된다.
사실 소피의킥은 아주 조심스럽게 세상에 나왔다. 창업자가 나오는 방송임에도 컬리는 소피의킥 첫 방송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컬리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2일 저녁 7시에 첫 방송된다는 정도만 전했을 뿐이다.
컬리가 조용하게 홍보한 탓인지 아직 해당 영상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공개된 지 이틀 정도가 지난 14일 현재 조회수는 4천 회 정도다. 영상에 달린 댓글도 10여 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응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피의킥을 본 고객들은 “너무 좋은 콘텐츠, 앞으로도 기대”, “컬리 대표님이 들려주는 냉동식품에 대한 이야기라 더 집중하게 됐다”, “이번 주말 특식은 톰볼라 라자냐!” 등의 댓글을 남겼다.
컬리가 김 대표가 직접 출연하는 정기 콘텐츠를 선보이기로 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맛잘알’로 유명한 김 대표를 통해 충성고객의 팬심을 사로잡고 이에 힘입어 실적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컬리는 여성고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한국에 생소했던 식품 전문 새벽배송 기업이라는 컬리를 창업해 시가총액 1조 원 이상의 기업을 의미하는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시킨 흔치 않은 여성 CEO이다.
하지만 고객들이 김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만을 놓고 열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 대표는 과거 컨설팅기업에서 일할 때 ‘푸디(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동료들이 김 대표를 놓고 “김슬아는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정리했을 정도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신상 백은 모르지만 어느 정육점이 가장 잘 하는지를 물으면 다 알려줬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가 소피의킥에 출연해 첫 장면부터 “맛없으면 차라리 굶는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정도라는 점만 봐도 미식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는 ‘소피의킥’에 출연해 “만약 맛있는 음식을 오늘 못 먹는다 그러면 굶어요”라고 말했다. <컬리 영상 갈무리>
컬리가 고객들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고 심지어 매출 확대에도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판단 아래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김슬아 대표를 내세워 CEO의 맛 노하우 등을 알리는 콘텐츠를 내보냈다고 볼 수 있다. 소피의킥이 앞으로 얼마나 고객 반응을 불러오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컬리는 지난해 외형 성장과 영업손실 축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956억 원, 영업손실 183억 원을 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6% 늘고 영업손실은 1253억 원 줄어든 것이다.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는 137억 원을 내며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컬리가 지난해 기록한 전체 거래액은 3조1128억 원으로 2023년보다 12% 증가했는데 이는 국내 온라인 쇼핑 성장률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