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심텍이 올해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와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 회복에 힘입어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3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에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과 반도체 패키지 기판(SPS)을 공급하고 있는 심텍은 올해 하반기 D램 수요 증가와 함께 실적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분석된다.
 
심텍 하반기 반도체기판 실적 반등 전망, 김영구 3년 만에 흑자전환 성공하나

▲ 김영구 심텍 대표이사가 주요 메모리반도체 고객사들의 반도체 기판 수요 증가로 2023년부터 이어진 적자를 올해 끊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023년 2월1일 충북도청에서 김 대표가 시스템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대규모 증설 투자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충북도청>


5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부터 적자를 기록한 김영구 심텍 대표이사가 올해 실적 반전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심텍은 국내 PCB와 SPS 제조 기업 가운데 매출 기준으로 LG이노텍과 삼성전기에 이은 3위 기업이다. 김 대표가 취임한 2022년에는 영업이익 3523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냈다.

다만 2022년 4분기부터 2024년까지 반도체 업황 악화와 경쟁사들의 잇단 시장 진입으로 2023년과 2024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매출은 38.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81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매출 1조2335억 원, 영업손실 470억 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올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심텍은 2025년 매출 1조2720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흑자전환)을 기록할 것”이라며 “과거 전망치에 비하면 부진한 실적이지만, 향후 실적 추정치 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텍은 지난해 3분기 매출 기준 삼성전자(매출비중 33%), SK하이닉스(22%), 마이크론(15%)에 PCB와 SPS를 공급하며, 3대 메모리 제조사를 대상으로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올리고 있다.

PCB는 절연체 판에 구리와 같은 도체 배선을 깔아놓은 회로기판으로, 반도체 제품의 기본이 된다. SPS는 고밀도 기판으로 반도체의 전기적 신호를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의 핵심 부품이다.

이 두 종류의 기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만드는 다양한 D램과 낸드플래시 제작에 활용된다.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이들의 기판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빠르게 증가하며, 서버용 DDR5(Double Data Rate 5) D램 수요가 올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DR5 D램은 DDR4보다 처리 속도는 배 이상 빠르고 전력효율은 10% 이상 높아 데이터센터에 활용된다. 심텍은 DDR5용 PCB 제품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심텍 하반기 반도체기판 실적 반등 전망, 김영구 3년 만에 흑자전환 성공하나

▲ 심텍이 제작하는 반도체패키지기판(SPS) 가운데 그래픽 D램에 사용되는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FCCSP, Flip Chip Chip Scale Package) 기판. <심텍 홈페이지 갈무리>


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따른 중국의 D램 경쟁력 약화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심텍의 PCB/SPS 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메모리 제조사인 CXMT는 범용 D램인 DDR4를 대량으로 생산해 D램 시장의 전체 가격을 낮추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다만 지난 2월 미국의 중국 규제 강화로 CXMT의 반도체 장비 관리 인력이 철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 CXMT의 D램 생산과 기술추격이 지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CXMT는 최근 서버용 DDR5 D램 양산까지 시작했지만, 올해 DDR5 D램 비중은 수율(완성품 비중) 문제로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하반기로 기대되는 D램의 2차 상승 사이클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개인용 AI 컴퓨팅 시장 활성화로 주목받는 그래픽 D램 수요 증가도 긍정적 요인이다. 심텍은 GDDR D램용 SPS 제품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내수 살리기 정책인 ‘이구환신’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증가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심텍은 반도체용 PCB 외에 스마트폰과 PC등 IT 기기용 PCB 기판도 제작하고 있다. 회사의 중국 IT 기기용 PCB 매출 비중은 10~15% 수준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IT 기기용 고부가 가치 기판 시장도 노리고 있다. 심텍은 지난해 10월 기존 제품보다 50% 더 얇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패키지 기판 업황은 여전히 초과 공급 상태”라며 “다만 IT 전방 수요 회복과 고객사 기판 재고 완화가 맞물리며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