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일 유유제약(오른쪽)과 안국약품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진출을 위해 사업 목적 등의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한다.
제네릭(복제약) 제품이 주요 수익원인 국내 중견제약사는 최근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 그 결과 경쟁은 치열하지만 안정적으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각사 주주총회 소집 결의안에 따르면 유유제약과 안국약품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진출을 위해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유유제약은 동물의약품과 동물건기식, 동물용품 등의 제조 및 판매업을, 안국약품은 사료제조 및 수입업 판매업, 미용기기 제조 유통 판매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유유제약은 동물의약품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에 수의사 출신 사외이사를 새로 영입하면서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최강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질병진단센터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2020년까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감염병 전문가를 역임한 인물로 수의학 분야에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국약품도 기존 화장품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용기기까지 진출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안국약품은 2018년 화장품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메디페르’라는 회사를 설립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약 4년 만인 2023년 1월 안국약품에 흡수합병됐다. 물론 이후에도 화장품 브랜드 메디페르는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화장품사업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동국제약도 지난해부터 미용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대표 화장품 브랜드인 센텔리안24의 경쟁력을 강화한 바 있다.
안국약품도 이런 방식으로 화장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의약품과 화장품 분야는 이미 대형 제약사가 진출한 분야라는 점에서 중견제약사가 선점효과를 갖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제약사들은 대부분 신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동물의약품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 국내 중견제약사들이 약가 인하 속에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동물의약품,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인체용 의약품 제조시설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동물의약품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녹십자 등 대형제약사뿐만 아니라 조아제약과 삼진제약, 경보제약, 삼일제약, 동호약품 등도 동물의약품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물론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너도나도 진출하면서 경쟁은 치열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 중견제약사로서는 특별한 경쟁력이 없다면 사업 확장을 위한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애초 신규 사업보다 기존 사업에서 신약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가파른 성장을 할 수 있지만 대규모 비용을 성공 낮은 사업에 선뜻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중견기업을 연매출 1천억 원 이상 내는 곳으로 보고 있다. 국산 신약의 평균 연구개발 비용은 430억 원 수준으로 개발기간은 10년에 이른다. 사실상 연매출의 43%를 신약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투자와 비교해 성공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중견제약사가 이런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이 신약 허가까지 성공할 확률을 0.01%에서 0.02%로 보고 있다.
더구나 중견제약사의 주요 제품은 복제약(제네릭)인데 최근 정부가 제네릭에 대한 약가 인하 정책을 강화하면서 수익성 확보는 더욱 쉽지 않아졌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사용량-약가 연동, 급여 적정성 재평가, 특허 만료 약가 재산정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 등 다양한 정책을 기반으로 제약사들을 상대로 약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일부 중견 혹은 대형 제약사에서 실시한 구조조정도 약가 인하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염두로 둔 조치로 알고 있다”며 “특히 중견제약사 밑으로는 연구개발 투자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신사업도 기존 사업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