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지우기' 나선 트럼프, 미국 공공기관 웹페이지 관련 자료 대거 삭제

▲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이 1월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항공기 충돌 사고 관련 언론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페이지 운영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미 국방부가 운영하던 주요 기후변화 관련 포털사이트가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 농무부, 교통부, 백악관 등이 운영하던 기후변화 및 기후재해 관련 정보와 위험을 알리는 웹페이지 운영도 중단됐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 부처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미국 가계지출을 늘리는 전 좌익 정권의 과한 규제를 말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웹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던 미국 국내 과학자들의 기후변화 관련 연구 성과와 보고서들도 모두 게시가 중단됐다.

이에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 자동차의 열쇠는 오염자들과 화석연료 재벌들에 주어졌고 그들은 우리 모두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절벽 너머로 몰아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웹페이지에 기후변화 관련 하위 페이지가 남아 있는 정부 기관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 환경보호청, 에너지부 등이다. 다만 이들 웹페이지도 기후와 관련된 하위 페이지는 축소되거나 접근이 더 어려워졌다.

특히 미 항공우주국 포털사이트는 가까운 시일 내로 기후변화 관련 페이지 URL에서 ‘기후’ 키워드를 제거할 것으로 계획돼 외부에서 검색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국제 정책연구소 ‘환경 데이터 및 거버넌스 이니셔티브’(EDGI)는 이번 조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처럼 정부 차원에서 정보 통제와 왜곡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레첸 게르케 EDGI 공동창립자는 가디언을 통해 “아직 새 정부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우리가 봐온 것들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정보 통제를 위한 대규모 캠페인이 있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진행하는 캠페인은 가스라이팅으로 점철돼 있고 나는 이것이 실제로 효과를 볼 것이라 생각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관련 정보를 아예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