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 ‘빅3’ 입성 문턱에 섰다.

배 사장은 취임 3년 만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을 10조 원 넘게 늘리면서 경쟁사 KB자산운용과 시장 점유율을 두고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해도 ETF시장에서 성장세를 지속하며 3위를 굳히게 되면 2015년부터 변동이 없었던 ‘빅3’ 구도를 10년 만에 바꾸게 된다.
 
한투운용 '배재규 매직' 통했다, ETF시장 '빅3' 구도 변화 초읽기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 점유율 3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31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24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14조890억 원으로 KB자산운용(14조3520억 원)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점유율로 봐도 KB자산운용이 7.80%, 한국투자신탁운용이 7.66%로 몇 천억 원에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한투운용은 21일부터 23일까지는 ETF 순자산이 KB자산운용보다 앞서면서 업계 3위 자리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27일 KB자산운용을 제친 뒤 접전을 계속하면서 KB자산운용을 위협하고 있다.

한투운용은 배 사장 취임 전인 2021년 말만 해도 ETF 순자산이 3조4214억 원, 점유율은 4.63% 수준이었다.

KB자산운용(5조8401억 원, 7.90%)과 점유율 격차는 2.27%에 이르렀다.

하지만 배 사장이 대표에 오른 뒤 2023년 7월에는 ETF 순자산총액이 5조 원, 2024년 6월에는 10조 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14조 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ETF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점유율 75%가량을 독식하면서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실제 국내 ETF시장은 2015년부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1~3위를 지켜오고 있다.

한투운용이 올해 KB자산운용을 제치면 점유율 3위를 차지하면 10년 동안 고착화된 시장 판도를 흔들게 되는 셈이다.

한투운용은 최근 3년 ETF시장에서 개인 순매수로는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12조9천억 원)’, 삼성자산운용의 ‘KODEX ETF’(7조3천억 원)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배 사장이 대표에 오른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은 10조 원가량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순매수 비중이 40%(4조1천억 원)에 이른다. 

특히 한투운용 ETF에는 지난해에만 개인투자자 자금 2조7645억 원이 몰렸다. 2022년 7월 교체한 ETF 브랜드 ‘ACE’가 시장에 확실히 자리 잡으면서 성장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이다. 최근에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비롯한 연금계좌에서 ETF 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투운용 '배재규 매직' 통했다, ETF시장 '빅3' 구도 변화 초읽기

▲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3월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ACE 반도체 기자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금액은 ETF시장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수치로 풀이된다.

한투운용은 2024년 국내 ETF시장 상품 935개 가운데 연간 수익률 상위 10종목에도 가장 많은 상품을 올리면서 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투운용의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레버리지(합성)’은 지난해 한 해 동안 197.1% 수익률을 보여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한투운용의 ‘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84.0%) ‘ACE 미국빅테크TOP7 Plus’(82.1%)도 지난해 연간 수익률 8. 9위에 올라 10위권 안에 3개 상품이 들었다.

배 사장은 ‘고객이 돈을 버는 투자’를 한투운용의 ETF 전략으로 내걸어왔는데 성과를 내면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 사장은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이 5조 원, 10조 원 등 의미 있는 분기점을 넘을 때마다 “한투운용의 지향점은 고객이 돈을 버는 투자로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한투운용은 앞서 2013년 키움투자자산운용을 제치고 ETF시장 3위에 올랐다.

하지만 2년 만에 KB자산운용에 3위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았다. 그 뒤 2018년에는 한화자산운용에까지 밀리면서 5위를 보이기도 했다가 2019년부터 다시 4위를 보이면서 10년 동안 3위 자리를 되찾아오지 못했다.

남용수 한투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한투운용은 장기 성장성이 높은 종목과 섹터를 선별해 자체적으로 지수를 설계하는 등 신상품 개발 노력으로 ACE ETF 순자산에서 신상품 자산 증가 비중이 40%를 넘는다”며 “올해는 연금시장에서 ETF 투자가 활발해지는 점에 집중해 장기 적립식 투자자 수요에 대응한 특색 있는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