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이츠 설연휴 할인쿠폰 출혈대전, '쫓기고 김범석' '쫓는 김명규' 경쟁 치열

▲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최장 9일에 이르는 설연휴를 맞이해 고객에게 할인쿠폰을 대거 발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왼쪽)과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가 설연휴를 맞이해 배달앱 시장을 놓고 맞붙었다.

두 플랫폼은 설연휴에 배달 수요가 몰릴 것으로 판단하고 고객들이 쓸 수 있는 다양한 할인쿠폰을 대거 제공했다.

두 회사 모두 특별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최근 배달의민족와 쿠팡이츠의 경쟁강도가 거세지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 자연스레 소비자의 눈길이 쏠렸다.

31일 배달앱 관계자와 소비자 커뮤니티 반응을 종합하면 최장 9일에 이르는 설연휴를 맞이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할인쿠폰을 대거 푼 것으로 파악됐다.

배달의민족은 27일부터 2월2일까지 ‘설날 복주머니 쿠폰 뽑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대 1만8천 원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쿠폰이 무작위로 증정된다.

소비자 커뮤니티를 보면 ‘설연휴 내내 할인되는 쿠폰’이라는 이름으로 2천 원 할인쿠폰 5장, 4천 원 할인쿠폰 1장 등이 나왔다는 후기가 공유됐다.

배민클럽 회원에게는 별도의 할인쿠폰도 줬다. 배민클럽은 구독비를 내는 가입자에게 배달비 혜택을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멤버십 서비스다.

이들에게는 ‘설맞이 배민클럽 전용 쿠폰’이라는 이름으로 쿠폰이 발급됐는데 최소주문금액 5천 원만 맞추면 5천 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시쳇말로 주문비를 내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셈이다.

쿠팡이츠 역시 할인쿠폰을 적극적으로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시크릿 쿠폰’을 발행했다. 메뉴에 상관없이 일괄 4천 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이 일부 고객에게 발행됐다.

소비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평소 쿠팡에는 특정 브랜드의 할인쿠폰 외에 멤버십 회원을 위한 쿠폰 발급이 적다고 느꼈는데 설연휴를 맞이해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 같다”는 글이 여러 공감을 받기도 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관계자는 이번 설연휴에 진행한 두 플랫폼의 할인쿠폰 발급 프로모션이 기존에 해왔던 이벤트의 혜택을 확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명절 때마다 배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 긴 연휴에 따른 외식 수요 증가 등이 할인쿠폰 발급에 영향을 미쳤을 뿐 특별한 의도나 전략에서 진행된 프로모션은 아니라는 언급이다.

다만 배달앱 시장에서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플랫폼이 서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프로모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배달의민족은 오랜 기간 배달앱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이어왔지만 최근 1년 사이 급성장한 쿠팡이츠 탓에 위기를 겪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월간 사용자 수는 각각 2243만 명, 963만 명으로 2.32배 차이다. 2024년 1월과 비교할 때 격차를 43%나 줄였다.

월간 카드 결제금액 추이를 보면 쿠팡이츠의 가파른 성장세를 세삼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이츠에서 결제된 카드 결제금액은 지난해 11월 5878억 원으로 1월과 비교해 118% 늘었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에서 결제된 카드 결제금액은 1조400억 원에서 9588억 원으로 줄었다.

모바일인덱스는 “배달·픽업 업종의 카드 결제금액 점유율을 살펴봤을 때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1년 사이 16.9%포인트나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오랜 기간 배달 시장을 독점하던 배달의민족과 격차를 좁히며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 점유율은 59.2%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점유율 60%대가 깨졌다.
 
배민·쿠팡이츠 설연휴 할인쿠폰 출혈대전, '쫓기고 김범석' '쫓는 김명규' 경쟁 치열

▲ 쿠팡이츠는 지난해부터 진행한 공격적 프로모션 덕분에 배달의민족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경영체제에 변화를 줘 반등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우아한형제들은 1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달아 열고 튀르키예에서 1등 음식배달앱을 경영해본 김범석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연 타운홀미팅 행사 ‘전사발표’에서 “2025년에는 배달의민족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겠다”며 “이를 위해서 철저히 고객 가치 극대화와 고객 경험 향상 관점에서 기본부터 변화해 나가야 한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과 이름이 같은 쿠팡Inc(쿠팡 모회사)의 김범석 의장은 쿠팡이츠를 향한 공격적 투자로 기존 2위 사업자인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시장 2위로 올라선 만큼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도 쿠팡이츠를 향한 강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2024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쿠팡이츠의) 탁월한 서비스와 가치를 경험한 이츠 고객들의 열렬한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의 영향력을 비단 한국 배달앱 시장에 국한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2주 전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서 쿠팡이츠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과거 10분 만에 물품을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로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2년 만에 손을 뗀 뒤 다시 다른 서비스로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