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전자 부품업계가 IT 등 전방산업 수요 감소하고 있으며 전장 부품 등 신사업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품업계는 중국의 내수 활성화 정책에 기대감을 걸고 있지만,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내수 살리기 정책으로 스마트폰 등 IT 기기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가 다음 먹거리로 꼽은 전장부품 사업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전자부품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LG이노텍과 삼성전기의 올해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15% 하회한 24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4년 전체 영업이익 역시 706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했다.
부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6321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을 내놓았다.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과 IT 수요 감소, 중국 부품사들과의 경쟁 심화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이노텍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해 4분기 아이폰16 시리즈 출하량은 8800만~890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만~300만 대 적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중국에서 ‘애국 소비’ 흐름이 강해지는 점은 위험요인이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20%를 자치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2024년 중국에서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과 비교해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에는 중국 출하량이 2023년 4분기보다 25%나 줄었다.
애플의 카메라모듈 공급망 다각화 역시 LG이노텍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부품 원가 절감을 위해 아이폰16 시리즈에 중국 코웰전자의 후면 카메라 모듈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는 LG이노텍과 다르게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전방 IT 수요 감소가 미치는 영향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기의 2024년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 삼성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19% 밑돈 1150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의 올해 실적 전망치도 내려가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2025년 삼성전기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2% 내린 9310억 원으로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통적 IT 세트제품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중국 IT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내수시장 살리기 정책인 ‘이구환신’의 일환으로 자국 스마트폰 구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중국 수요에 기대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LG이노텍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애플 아이폰 구매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삼성전기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에 MLCC를 공급해 수혜가 예상되나, 이구환신 정책 효과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이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구환신 정책을 펼쳤다. 당시 단기적 부양 효과는 있었지만 장기적 지속가능 한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정책이 끝나고 소비가 급감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IT 의존을 줄이기 위해 전장 부품을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이노텍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행사에서 카메라 모듈 없이 전장 부품만을 전시하며 신사업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삼성전기 역시 올해 전장부품 매출 목표를 2조 원으로 정하며 IT 중심에서 전장·AI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전장 부품이 대규모로 탑재되는 전기차 시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취임과 동시에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명시하고,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세액공재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이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던 전기차 시장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IT 수요 감소로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전기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전장 부품은 성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