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법원이 폭도들에게 짓밟혔다.

이번 소요 사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동 정치'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향후 윤 대통령과 극단적 지지세력이 '한몸'이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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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을 파괴한 일의 원인은 결국 윤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는 평가가 쏟어져 나왔다. 

이들은 19일 새벽 오전 3시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흥분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 경내에 침입했다. 집기를 부수고 경찰을 폭행했다.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 건물 7층을 뒤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언론 보도를 타기도 했다.

이번 폭력 사태는 윤 대통령의 선동 정치와 극우세력이 만나면서 발생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자필 편지와 영상 담화 등으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동원하기 위한 여론전을 펼쳐왔다.

윤 대통령은 체포 전에는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했고, 체포 직후에는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체포 이후 자필 편지 등에서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했다. 

박원석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구속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선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과 함께 여론전을 광범위하게 펼쳤다. 여론을 결집한다면 헌법재판소 심리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마 여론전은 '재료'가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변론 등에 '민주당 독재론'과 '부정선거론'을 여론전의 두 축으로 삼고 있다. 민주당의 국회 전횡으로 국가 운영이 어렵고, 부정선거를 확인하고 척결하기 위해 계엄선포가 필요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중도층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식적 판단을 한참 넘어선 주장인 탓이다. 그런데 이른바 아스팔트우파를 중심으로 한 극우진영은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문제는 이들의 호응이 뜨거워질 수록 중도층의 떠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보수중도층마저 떠나게 윤 대통령과 적극지지층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를테면 아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워도 무법천지 위험 속에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탄핵정국 와중에 사상 첫 사법부 공격, 윤석열 결국 '극우와 동행'으로 치닫나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극우 깡패 백색테러에 젖어 있는 세력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산업화와 근대화, 민주화를 다 이끌어왔던 정통 보수 세력과 분리를 하는 게 중요한데 말씀하신 것처럼 윤 대통령이 그 와중에 극우화돼버린 편향성을 보여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저항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를 거부하면서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는 등 온갓 법적 수단을 쓰겠으나 승산은 낮은 게 현실이다. 이에 더욱더 여론 정치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제는 보수지지층 결집에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로 보수중도층이 경계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칫 극우세력만 사실상 유일한 지지세력을 남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극우세력과 동행하고 그들의 아이콘으로 계속 남는다면 대한민국은 또 다른 정치불안의 씨앗을 안게 된다.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도 결국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본인도 노년의 안정을 찾았고, 우리 정치도 적어도 그 부분에서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8일 YTN라디오에서 "이 사람이 어쩌다 보수의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극우 사상에 심취해 자기 생각과 맞는 극우주의자들을 옆에 끼고 극우가 마치 보수인 양 만들어왔다"며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라는 보수당 안에 극우라는 암이 자라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