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월 촬영된 캐나다 퀘벡주에 위치한 다니엘-존슨 댐 모습. 캐나다 전력공사에 따르면 캐나다는 올해 수력발전량이 14년 만에 최저 수준에 달해 미국으로 전력 수출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수력발전이 주로 이뤄지는 지역에서 발전에 필요한 유량이 기후변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수력발전이 줄어든 자리를 석탄과 가스가 대체해 화석연료 발전량이 다시금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한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발전량을 공급하던 재생에너지원이었던 수력발전이 이제는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재생에너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원들은 대체로 모두 증가했는데 수력은 모든 에너지원 가운데 석탄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발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태양광 발전량은 210테라와트시(TWh) 늘어난 반면 수력은 60.9테라와트시 줄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올해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 서부 수력발전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미국은 세계 4위 수력발전 대국으로 수력발전이 대부분 서부 일대에서 이뤄진다.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가 국가 수력발전량의 절반을 담당한다.
에너지정보청은 수력발전이 감소한 원인으로 이상고온으로 높아진 수분 증발량, 기후변화로 잦아진 가뭄, 겨울철 강설량 감소 등을 들었다.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수력발전량도 앞선 10년 평균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외신들은 수력발전과 관련해 미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캐나다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캐나다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전기를 수입해와야 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는 세계 3위 수력발전 대국으로 수력발전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기후변화로 수자원이 감소하면서 전력 공급이 부족해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같은 달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가뭄 상황이 캐나다 서부 일대 저수지들의 유량을 감소시켰다"며 "더구나 낮은 천연가스 가격 덕에 미국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서방권 주요 수력발전국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수력발전량 감소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올해 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수력발전량은 이전 해와 비교해 4.5%, 약 202테라와트시 줄었다.
▲ 세계 최대 수력발전량을 가진 중국 싼샤댐. 중국 양쯔강 중류를 가로막아 건설한 댐으로 중국 전체 전력 발전량의 약 8%를 공급하고 있다. <위키미디아 커먼스>
중국은 수력발전의 약 80%가 양쯔강 유역에서 이뤄지는데 지난해 중국 전역을 덮친 극심한 가뭄에 유량이 크게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내놓은 보도에 따르면 양쯔강 본류 유량은 2022년까지 5년 동안 약 5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는 수력발전 감소를 겪는 국가들이 부족한 공급량을 보완하기 위해 석탄발전과 가스발전 등 화석연료로 눈을 돌리고 있어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석탄 수요는 약 2.6%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탄 수입을 가장 크게 늘린 것은 중국과 인도로 각각 석탄 사용량이 이전 해와 비교해 6%, 9%씩 증가했다.
수력발전 감소를 겪은 미국은 석탄발전이 감소했지만 대신 가스발전량이 전년 대비 약 7% 가까이 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력발전량이 예기치 못하게 감소했을 때를 대비해 다른 재생에너지 전력원을 즉각 끌어다 쓸 수 있는 전력망을 갖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셸리 웰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상호 연결 수준이 높은 전력망이 더 좋은 전력망이라는 것은 여러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며 "북미 전역에 걸친 상호연결 전력망을 구축하고 장기 전망에 기반한 재생에너지 대책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