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12-18 1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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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부동산시장 한파로 건설업계가 숨죽이고 있는 가운데 역세권 개발이 실적 견인 탈출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한화 건설부문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대형 역세권 개발사업을 발판으로 건설업 혹한기를 넘어가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12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착공식에서 시삽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김 사장. <한화 건설부문>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역세권 개발 사업들이 최근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면서 건설사들도 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 역세권 개발사업은 역을 중심으로 주거, 상업, 업무, 문화 등의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체계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므로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각 지역의 랜드마크, 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에 착공한 데 이어 2025년에 진행될 서울 강남구 수서역 환승센터, 대전 역세권 개발 등 교통망을 중심으로 둔 대형 개발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강북의 코엑스’를 목표로 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최근 착공에 들어갔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서울역 북쪽 철도 부지 3만㎡에 5개 동, 지하 6층~최고 지상 39층 규모의 전시장, 국제회의장, 호텔, 오피스, 오피스텔 등을 조성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5년 수서역 환승센터 사업 착공을 위한 사전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수서역 환승센터 개발사업은 수서역세권 11만5927㎡ 토지에 오피스텔, 업무, 숙박, 판매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대전 역세권 프로젝트도 한화 건설부문에서 공을 들이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11월 도시개발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전 역세권을 도심융합특구로 지정했다. 대전 도심융합특구는 우수한 광역교통 기반시설을를 갖춘 KTX 대전역세권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대덕 연구개발특구 연구개발(R&D) 산업을 확산하는 동시에 도심항공교통(UAM) 등 환승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 박민용 삼성물산 건설부문 상무(왼쪽 첫 번)가 12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합의식에서 조정 당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 상무,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성해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인천시>
삼성물산도 인천 송도 역세권 사업을 중심으로 역세권 대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송도 역세권 구역 도시개발사업지는 삼성물산이 시행부터 시공까지 맡아서 하는 자체 개발사업이다.
송도 역세권 구역은 인천발 고속철도(KTX)와 월곶판교선의 교통 호재로 미래 잠재력이 상당하는 평가를 받는다. 부지 내 상업용지는 송도역과 연계돼 신흥 상권을 형성하는 구조를 갖췄다. 인천뮤지엄파크, 그랜드파크, 쇼핑시설, 업무복합시설 등이 들어서는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과도 붙어 있다.
송도 역세권 개발을 놓고 삼성물산과 국가철도공단이 인천KTX 직결사업 확장용지 문제를 두고 갈등하게 되면서 사업이 정체에 빠지는 것이 아니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12일 인천시와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합의안이 만들어지며 사업 추진이 다시금 가시화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본사를 광운대 역세권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며 사활을 걸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C노선을 비롯한 교통 호재를 품은 광운대역 인근 14만8166㎡ 부지에 최고 49층 높이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단지와 호텔, 사무실, 쇼핑센터 등 복합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새로운 대형 역세권 사업도 추진이 가시화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 서울 코어’는 최근 들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나는 대표적 사례다. 서울시는 11월28일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기 위한 공동협약서를 체결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코레일이 정비창으로 사용했던 용산역 뒤편 49만5천㎡ 부지를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 과거 이 지역은 2007년 삼성물산을 포함한 30여 개 기업이 출자한 ‘드림허브금융투자회사(PFV)’의 주도로 개발을 진행했다가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사업이 최종 좌초됐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한 번에 사업이 진행됐던 과거와 달리 전체 구역을 20개 구획으로 나눠 국제업무·업무복합·업무지원 기능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해 “2007년도에 처음에 계획했던 형태가 아니라 지금은 20개 블록으로 나눠서 개발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오히려 굉장히 높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결국은 한 10여년 지나고 나면 거의 다 분양과 개발, 입주가 이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은평구 수색역세권 사업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수색역세권 사업은 수색역과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인근 46만㎡ 부지에 대형 상업시설, 컨벤션, 업무 공간과 공원, 문화예술 공간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2024년 11월13일 서울시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수색·DMC역 주변 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변경)(안)이 수정가결됨에 따라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대형 역세권 개발사업의 활성화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건설업 불경기에 공공 차원에서 대형 역세권 개발을 도와줌으로써 경기 회복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힌다.
서울시는 2019년 역세권 활성화 사업 운영 기준을 마련한 이래 역세권 개발 활성화에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8월에 역세권의 범위를 250m에서 350m로 확장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간선도로변을 사업지에 포함하고 관광숙박시설, 친환경 건축물에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 기준을 개정해 역세권 활성화 사업의 대상을 넓혔다.
인천시의회 또한 13일 인천 내 역세권 재개발·재건축 사업 대상 범위가 철도 승강장에서 최대 500m로 한다는 ‘인천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일부개정조례안’을 본회의 통과시켰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