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들어 강력히 추진하던 증시 부양책인 밸류업(기업가치제고)도 스스로 망친 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자의 눈] '밸류업' 외친 정부 스스로 '밸류다운', 증시 회복은 정치 안정부터

▲ 현재와 같은 정국이 지속될 경우 증시 부진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 금융시장 진정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정치 상황이 안정되지 않는 한 증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각각 2.78%, 5.19% 하락마감했다. 코스피는 9월4일(-3.15%), 코스닥은 8월5일(-11.30%) 이후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9월4일, 8월5일과 다른 점은 저 당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날 일본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미국 증시도 연일 상승하며 글로벌시장은 산타랠리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 증시만 무너진 것이다.

앞서 증권가에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코스피 2400선은 견고할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2400선이 붕괴된 채 지수는 줄곧 우하향했다.

이날 증시 급락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한 가지 밖에 없다.

바로 '정치적 불확실성'. 결국 이날 금융시장의 반응은 탄핵 무산이 정권의 안정적 퇴진을 방해하고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본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적절한 예시로 들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인물이다. 현 정권의 여러 정책들을 조속히 뒤집겠다고 공언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2024년 10월 이후 줄곧 우상향 흐름을 보여오던 S&P500의 공포지수(VIX)는 11월5일 미국 대선 이후 약 나흘 만에 33%가량 급감했다. 

VIX지수는 증시의 불확실성을 집계하는 대표 지표다.

달러화에 대해 VIX지수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MOVE’ 지수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27%가량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10월 이후의 우상향 흐름을 멈췄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정책 변동성은 우려할 만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 그 자체를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안정화로 본 것이다.

우리도 증시 회복을 위해서는 정치 안정이 필요하다.

탄핵 무산으로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이어가면서 국내증시에 정치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정부는 연초부터 밸류업을 강력히 추진해왔지만 지난주 비상계엄 선포로 사실상 국내증시 저평가 요인이 오히려 강해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이미 추락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여당과 정부도 국정 운영의 방향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당분간 불확실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외신들에서는 윤 대통령이 서둘러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탄핵 실패로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지속적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윤 대통령은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돼야 한다”며 “그는 애초에 대통령 뿐 아니라 어떤 자리에도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