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가 개최되고 있는 부산 베스코 제1전시장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부산=비즈니스포스트] 국제플라스틱협약 최종 회의에서 일부 국가들의 반대에도 새로운 협상 방식이 채택돼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가속화된 논의를 통해 생산 규제 등을 포함하는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 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권역별 협상을 거치며 진전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루이즈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은 공식 협상 방법으로 ‘논페이퍼’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논페이퍼는 모든 의견들을 수렴한 긴 협상문을 통해 논의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이견이 있는 부분만 따로 협상을 거쳐 간소화된 문서를 놓고 빠르게 의견차를 좁혀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논페이퍼 방식을 사용하면 현재 57쪽에 달하는 협상문 전문을 17쪽으로 압축해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은 논페이퍼 방식에 반대했으나 결국 전날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됐다.
논페이퍼 채택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우호국연합(HAC) 67개국이 공동성명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단계에서부터 제한해야 한다는 강력한 협약과 함께 이 방식을 지지한 점이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과 브라질 등 다른 국가들도 동참하면서 모두 151개국이 동의해 논페이퍼가 공식 협상 방식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이를 놓고 세계자연기금은 강력한 협약 체결을 향한 참여국들의 의지가 높다고 평가했다.
▲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2층 회의실 앞에 알파벳 순으로 정렬돼 있는 국가별 팻말들. <비즈니스포스트> |
프라산다 드 실바 세계자연기금 국가 사무소 부문장은 “플라스틱 협약 협상은 인간의 탐욕과도 같은 부정적 면을 보여준 동시에 희망적인 긍정적 측면도 드러냈다”며 “일부 국가들이 분열을 조장하려 했으나 그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150여개가 넘는 국가들이 단결해 간소화된 문서를 추진했고 이를 통해 협상단은 전 세계적으로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협약을 향해 나아갈 더 명확하고 신속한 경로를 제시했다”며 “협상 첫날 대다수 국가들이 보여준 행동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발걸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국제플라스틱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 개막 당일 아랍국가연맹 등 일부 국가들은 논페이퍼 방식 사용을 반대했다. 세부 안건에서 우선 협상을 거친 뒤 간소화된 문서로 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의 특성상 협약이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에 그쳐야 한다는 자국의 주장이 무시되기 쉽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유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석유화학산업 대국들은 국제플라스틱협약이 강력함을 갖추기 위한 조건인 플라스틱 생산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그라함 포브스 INC-5 그린피스 대표단장은 “우리는 플라스틱 협약 협상의 중요한 단계에 접어 들었다”며 “정부는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업계의 이익보다 의미있는 조치를 선택해야 하고 약한 조약은 실패한 조약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페이퍼에 포함된 항목들에는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및 자원 확보 방안, 이행 조치 강화를 위한 의사결정 구조 확립, 무독성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제품 설계 및 체계 관련 요구사항 등 굵직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다만 강력한 협약의 핵심이 될 특정 플라스틱 제품의 금지 및 단계적 퇴출, 특정 유해화학물질 금지 등은 조정이 진행되면서 논페이퍼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혜 세계자연기금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 1천 일 동안 많은 노력이 이어져 왔다”며 “이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통해 그 결실을 맺어야 할 때이고 대다수 국가와 이해관계자들이 협약 체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기에 이런 의지와 지지가 역사적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