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10-07 15:55:13
확대축소
공유하기
▲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차등수수료라는 상생안을 내놨지만 점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점주들과의 협의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이 상생안을 내놓자마자 ‘보여주기식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법제화 카드'를 꺼내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차등수수료’ 상생안에 대해서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는 7월23일 출범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 출범 직전 10월까지 상생안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5번에 걸친 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생안에 담길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배달플랫폼 중개수수료를 어떻게 개선할지인데 배달앱과 입점업체 사이에 의견 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회의는 이제 두 번 밖에 남지 않았다. 8일 열리는 6차 회의를 앞두고 우아한형제들은 차등수수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차등수수료는 매출에 따라 구간을 여러 개로 나눠 중개수수료율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출 상위업체들에게는 기존과 같은 9.8%를 적용하고 그다음 구간부터 중개수수료율을 조금씩 낮추는 방식이다. 카드업계가 시행중인 ‘우대수수료율’ 정책과 비슷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우아한형제들이 차등수수료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개수수료율이나 매출 구간을 몇 % 비중으로 나눌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은 이미 8월1일부터 차등수수료 적용을 전국적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이츠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우아한형제들과 위대한상상이 차등수수료를 도입하면 쿠팡이츠 함께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상생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관련 입법 등 추가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점주들과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매출을 기준으로 중개수수료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이 협의가 되려면 점주들 사이에서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매출 상위업체들이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점주들이 입을 모아 배달앱 중개수수료율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상위권에 올라있는 점주들이 다른 점주들보다 수수료를 더 부담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와 배달라이더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보면 차등수수료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다. 우아한형제들이 ‘꼼수’를 부리려고 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에서 중개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입법을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우아한형제들이 급하게 내놓은 방안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달반 동안 협의가 지지부진했고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자체 상생안까지 큰 입장 차이를 보이면 10월 안에 합의안을 내놓을 못할 가능성이 있다. 중개수수료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당사자들을 통해 합리적인 안을 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며 “상생 방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등 추가적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높은 중개수수료율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은 강제로 중개수수료율을 낮추는 방법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두 번의 회의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정부에서 나서서 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도 읽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정부의 압박으로 가격을 인하한 사례가 있다. 라면업계는 올해 6월 정부의 가격 인하 요구를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가격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시 일요진단에 출연해 “(라면업계에서) 다시 적정하게 가격을 내려 대응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9일 만에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은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유통업계 관계는 “라면업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에서 압박하기 시작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만 배달앱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부가 나서서 입법으로 중개수수료율 상한을 정해서 낮추는 것 보다 어떻게든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