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10-04 17:01:51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안'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김건희 특검법안에 반대 당론을 정했음에도 반대표는 보유 의석수 108석에 미치지 못하는 104표가 나오면서 이를 둘러싸고 여야 반응이 엇갈린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월2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안)’의 재의 결과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이 법안은 지난 9월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으나 10월2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이날 재표결에 부쳐졌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의결 하려면 재적의원(300명) 과반수(150명)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의원이 모두 출석했다고 가정했을때 찬성 200표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재의결 방어를 위한 최소 인원인 101명인 넘는 108석을 보유해 대통령이 거부한 모든 법안 재의결을 막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24개 법안 가운데 합의해 수정한 이태원 특별법을 제외하고 모든 법안의 재의결을 무산시켰다.
특히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민주당의 특검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 2월 한차례 무산시킨 적이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거쳐 김건희 특검법안, 채 상병 특검법안,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지역화폐법안)에 대해 모두 반대한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안) 재표결 때와 마찬가지로 4명의 이탈표가 발생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국민여론이 높아져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김건희 여사가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모든 표에 대해 의사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오늘 표결은 대통령의 재의요구에 따라 법안을 부결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내부의 이같은 분위기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0월7일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 11월에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김민석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김건희 심판 본부'까지 출범시켰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현재 나라를 위해 물러나야 할 인물 1등은 김건희 여사"라며 "우리는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바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용기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 재의결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안'과 지역화폐법안도 모두 부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김건희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이탈표가 4명이 나왔다. 채 상병 특검법안이 대통령 거부와 재표결 부결로 폐기된 것은 이번에 3번째다.
이번 3번째 채 상병 특검법안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해온 ‘제3자 후보 추천 방식'을 수용한 법안이었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기도 했으나 결국 재의결이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
지역화폐법안은 찬성 187표, 반대 111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야권 가운데 보수 성향의 개혁신당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판매·환전 등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재의결이 무산돼 자동폐기됐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