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반도체 우회 확보에 미국 더 센 규제 예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줄타기 아슬아슬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8-07 15: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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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도 밀수와 차명회사 설립 등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9월쯤 더 강화된 대중 수출규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중국 반도체 기업 YMTC의 3차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 YMTC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도 미래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인 AI 반도체를 밀수, 차명 회사 설립 등으로 지속적으로 우회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AI 반도체는 중국 군사기관에도 공급돼 군사용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파악돼, 9월 예정된 미국의 새로운 대중 반도체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로 발표될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회사의 메모리반도체 매출 비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을 정도로, 중국은 두 반도체 기업에겐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더 강한 첨단 반도체 중국 수출 규제를 들고나올 경우 두 기업은 미국 규제를 무시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거대 중국 시장을 놓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지속되고 있다.
7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미국이 시도한 대 중국 AI 반도체 규제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중국 11개 회사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 지하 시장에서 밀수로 확보한 1416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수천 개가 거래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AI 반도체에 더 합법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차명 회사 설립도 활용했다.
실제 미국 규제 대상인 중국 컴퓨팅 기업 수곤은 차명으로 넷트릭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미국의 AI 반도체 관련 기업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게다가 AI 반도체가 중국 방산 기업들에게도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매체인 와이어스크린과 데이테나에 따르면 7월 기준 엔비디아 홈페이지에 공개된 136개 중국 파트너사 가운데 최소 24개가 중국 국방부와 조달 계약을 맺었거나, 중국 방산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는 또 비영리단체인 첨단국방연구센터가 중국 국방 관련 기관을 포함한 12개 이상의 국영 기관이 미국 AI 칩을 구입했음을 보여주는 조달 문서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까지 AI 반도체에 접근하게 되면서, 미국은 9월로 예상되는 새로운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중국 반도체 매출 비중이 3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그래픽D램 반도체. <삼성전자 뉴스룸>
미국 투자기업 제프리스에 따르면 미국이 강화할 대 중국 규제는 △제품별 수출 금지 △컴퓨팅 파워 상한선 낮추기 △메모리 용량 상한선 설정 등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 정부는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특정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 미국 상무부 허가를 요구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말 “미국 정부가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 등의 기업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강화된 미국 규제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3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 HBM2E를 수출 제한 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반도체 용량, 클럭 속도, 대역폭 등의 수출 반도체 품목의 기술 상한선 기준을 마련해 규제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최근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 바이두 등 중국 IT 기업들이 미국이 강화할 대중 반도체 규제를 의식해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삼성전자가 상반기 HBM 매출의 30%를 중국 수출로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은 삼성전자의 1분기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출 대상국이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중국 매출은 14조754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6%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중국 5대 반도체 유통처에는 미국 퀄컴이 빠지고 중국계 반도체 유통기업 테크트로닉스와 슈프림일렉트로닉스가 포함됐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수출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은 4조9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5460억 원에서 164% 급증했다. 1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약 33%였다.
SK하이닉스는 또 중국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D램 40%, 낸드 30%가량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반도체 매출을 기록하지 않는 국내 반도체 기업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미국 대중 규제에 대비해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미중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