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미국서 5년 새 7배 성장, 정의선 전기·고성능 모델로 렉서스 넘는다

▲ 제네시스 플래그십 SUV 모델의 콘셉트카 '네오룬'(왼쪽)과 GV60 마그마 콘셉트.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35년 전 미국에 진출해 현지 대표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르면 내년 출시될 제네시스의 고성능 모델과 차세대 플랫폼 기반 제네시스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에서 렉서스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오는 11~14일 영국 웨스트 서식스에서 열리는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세계 최초로 'GV60 마그마 콘셉트'와 'G80 EV 마그마 콘셉트' 주행을 시연한다.

1993년부터 개최된 굿우드 페스티벌은 일반적 자동차 행사와 달리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거나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가 실제 달리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모터쇼'라 불린다.

제네시스는 지난 3월 뉴욕에서 '마그마 프로그램'을 최초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제네시스의 모든 라인업에서 품질과 성능을 극대화한 고성능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V60 마그마 콘셉트는 마그마의 대표 컬러인 주황색 컬러를 입고 스포츠 드라이빙에 최적화한 낮은 차체를 갖췄다. 전면부 범퍼 하단에는 모터·배터리 등의 열기를 효율적으로 낮춰주는 에어벤트를 달았다.

G80 전동화 마그마 콘셉트는 넓고 낮아진 차체에 새로운 디자인의 전면 그릴과 리어 범퍼를 적용하고, 펜더 크기를 키웠다.

제네시스는 이번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시연한 고성능 모델을 이르면 내년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르세데스-벤츠(AMG), BMW(M), 아우디(S, RS) 등 유럽 정통의 고급차 브랜드들은 저마다 별도의 고성능 브랜드와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제네시스는 고성능 모델 출시를 계기로 유럽 시장 안착도 노린다.

2021년 5월 유럽에 진출한 제네시스는 지난해 1년 동안 3450대를 판매하는데 그치며,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굴지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안방인 유럽에선 1990년 일찌감치 발을 들인 렉서스조차 지난해 점유율이 0.5%(6만286대)에 그쳤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이 가장 많은 차를 파는 미국에선 가파른 성장세 보이며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8년 1만 대 수준이었던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2023년 6만9175대로 5년 새 7배 가까이 뛰었다. 

2016년 준대형 세단 G80과 대형 세단 G90을 앞세워 처음 미국 땅을 밟은 제네시스는 2021년부터 GV80과 GV7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을 투입하며 판매량을 크게 늘렸다. 2022년엔 미국에서 5만6410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사상 처음 일본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를 제치기도 했다.

다만 1989년 토요타의 고급화 전략 일환으로 미국에서 출발해 현지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은 렉서스와 비교하면 아직 고급차 브랜드 위상과 판매량은 격차가 있다.

지난해 렉서스는 미국에서 32만249대를 팔아 100여년 전 애초 고급 브랜드로 시작한 독일 BMW(36만2244대), 메르세데스-벤츠(35만1746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4.6배가 넘는 판매량이다.
 
제네시스 미국서 5년 새 7배 성장, 정의선 전기·고성능 모델로 렉서스 넘는다

▲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콘셉트(왼쪽 세번째)와 마그마 콘셉트카 라인업. <현대자동차>

정 회장은 제네시스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하며, 제네시스 고급차 사업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정 회장은 고성능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상품성 높은 차세대 전기차 모델을 출시, 미국에서 렉서스 추격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내년부터 전기차 제품군을 본격 확대한다.

정 회장은 2021년 9월 발표한 '퓨처링 제네시스' 영상에 직접 등장해 2025년부터 제네시스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작년 6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만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eM)에 기반한 전기차 5종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현재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GV60과 GV70 전동화모델, G80 전동화모델 등 3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펼쳐온 렉서스는 지난해 1분기 현지에 출시한 RZ 단 한 차종만 전기차 모델이다.

이르면 내년 연말부터 출시될 제네시스 전기 신차들은 기존보다 상품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전기차에 새 eM 플랫폼을 적용, 기존 E-GMP 플랫폼 대비 주행거리 50% 이상 개선, 운전대에서 손과 발을 완전히 뗄 수 있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적용, B필러(차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2번째 기둥)를 없앤 양문형 도어 적용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 첫 타자가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 'GV90'(가칭)이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완공하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GV90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