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파운드리 단가 높인다, 삼성전자 대안으로 주목

▲ TSMC가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 인상을 추진한다. TSMC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사용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파운드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엔비디아와 AMD, 퀄컴 등 주요 고객사로서는 TSMC 파운드리 비용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삼성전자와 협업을 추진해 리스크를 낮추고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5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파운드리 단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웨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했다”며 “물론 가치 있는 제품이지만 우리의 가치를 보여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최근 대만에서 웨이 회장과 회동을 진행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한 파운드리 협력 강화 방안이 주로 논의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웨이 회장의 발언을 두고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단가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엔비디아 제품 생산에 활용되는 3나노 등 첨단 파운드리 공정과 고사양 패키징은 TSMC가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분야다.

인텔과 AMD, 퀄컴과 미디어텍 등 여러 고객사의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이 몰리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 부족 문제가 올해는 더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연히 TSMC가 단가 협상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파운드리 가격을 높이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웨이 회장은 파운드리 단가 인상에 대해 “누구나 당연히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TSMC는 고객사들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시설 투자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미 2나노 등 차세대 공정에도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및 양산체계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한다면 공급 부족 사태는 장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TSMC에만 위탁생산을 의존하기 어려워진 주요 고객사들이 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 같은 다른 업체를 통해 대안을 찾는 일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파운드리 단가 높인다, 삼성전자 대안으로 주목

▲ TSMC가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하는 대만 제18공장.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최대 경쟁사인 AMD가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일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퀄컴도 삼성전자와 오랜 파운드리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3나노 등 첨단 공정에서 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삼성전자를 통해 첨단 파운드리에 대안을 확보하게 된다면 공급 부족 리스크를 낮출 수 있고 TSMC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다.

TSMC가 최신 반도체 생산라인을 항상 대만에서 운영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점도 고객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대안을 마련해야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웨이 회장은 “대만은 우리의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및 생산에 절대적 우선순위를 갖추고 있다”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침공으로 TSMC가 대만 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그러나 주요 고객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리스크를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TSMC의 첨단 파운드리에만 의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인텔도 내년 본격 양산을 시작하는 1.8나노급(18A) 공정을 통해 고객사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며 TSMC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결국 TSMC가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도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한 삼성전자와 인텔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삼성전자나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 측면에서 TSMC보다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다면 고객사 수주 물량을 일부 빼앗아 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은 모두 미국에 신설하는 첨단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올해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