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낙관 어렵다, 한수원 체코 원전 수주전 총력 모드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4월29일(현지시각)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발주사(EDUII)를 직접 방문해 최종 입찰서를 제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사업 수주 입찰을 앞두고 총력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수원을 비롯한 ‘팀코리아’는 가격 경쟁력을 최대 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나 원전 수주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승리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원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체코는 7월 중 두코바니, 테믈린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는 현재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각각 2기씩 모두 4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발주사는 ‘EDUII(엘렉트라느나 두코바니Ⅱ)’로 체코전력공사(CEZ)의 평가 등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당초 두코바니에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 발주에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프랑스전력공사), 한국의 한수원 등이 입찰서를 냈다. 하지만 체코의 원전 건설 계획이 4기, 입찰 규모 30조 원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새 입찰서를 받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했다. 

최종적으로 체코 원전 수주전은 한국과 프랑스의 경쟁이 됐다. 한국은 한수원 주도로 산업부를 비롯해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로 체코 원전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한수원 등 팀코리아는 현재 체코 원전 수주전에 총력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4월30일 직접 체코를 방문해 발주처인 ‘EDUII’에서 최종입찰서를 제출했다.

수주전에 성공하면 주기기를 공급할 팀코리아의 두산에너빌리티에서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15일 직접 체코 프라하를 찾아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두산 파트너십 데이’ 행사를 주관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역시 백정완 대표이사 사장이 27~28일 '한·체코 원전 건설 포럼'을 주관하기 위해 체코를 방문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최종입찰서 제출 직전인 4월24~26일 체코를 방문해 체코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등 정부에서도 수주전 성공을 위해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수주 성공 가능성을 놓고는 원전 강국인 데다 같은 유럽권 국가인 프랑스의 우위를 예상하는 시선이 많다. 다만 한국 역시 크게 밀리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팀코리아는 예산 내에서 공사기간을 지키겠다는 ‘온 타임, 위드인 버짓(On Time, Within Budget)’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체코 현지 매체인 ‘경제저널(Ekonomicky Denik)’의 16일(현지시각) 보도를 보면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놓고 소식통을 인용해 “한수원이 수주에 성공할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저널은 해당 보도에서 “한수원은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절할 수 없는 입찰’을 제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결국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한수원의 가장 강력한 강점은 가격 경쟁력인 셈이다.

한국이 ‘덤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낮은 가격을 제안한 데는 정부, 원전업계 등의 절실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하며 원전 수출을 주요 국정 목표로 내세웠다.

국내 원전 업계로서도 올해 체코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한국형 원전 수출 성과를 올리게 된다. 유럽으로 첫 원전 수출에 성공한다는 의미도 크다.

다만 가격 경쟁력 만으로는 수주전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2022년 10월에 진행된 폴란드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사업에서도 한국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당시 알려진 내용을 보면 한수원은 MW(메가와트)당 약 267만 달러의 건설단가를 제시했다. 경쟁상대였던 프랑스 EDF의 약 460만 달러,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약 400만 달러의 건설단가와 비교해 절반 남짓한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 원전 사업의 수주는 웨스팅하우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폴란드 원전 수주전 결과 미국 기업이 승자가 된 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동유럽 지역의 안보가 불안해 지면서 미국과 협력이라는 외교적 변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안보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도 국제정세에 따른 안보협력 등 외교적 문제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원전은 물론 방산 등 전방위적으로 유럽 내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변 국가에 지역내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의 경쟁국이자 주요 견제 대상이기도 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교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리는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왔지만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직접 한국을 언급한 바 있다. 이상호 기자